세계일보

검색

민주화 운동 산실… 둘레길 걸으면 역사현장에 함께 있는 듯

입력 : 2019-07-18 11:00:00 수정 : 2019-07-18 00:06: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전남대 ‘민주길’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 / 박관현 기념비·윤상원 숲·김남주 길 등 / 캠퍼스에는 민주화운동 기념공간 즐비 / 도심 위치… 울창한 숲 산책로·공원으로 / 조성사업 정부 70억원 투입 2020년 준공 / 기념공간 16곳 연계… 거리 5㎞에 달해 /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장으로 제격

‘박관현의 기념비, 윤상원의 숲, 윤한봉의 기념정원, 김남주의 길···’

 

전남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모교 출신의 민주화 운동 기념공간이다. 캠퍼스가 도심에 위치한 데다 숲이 울창해 시민들의 산책로와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캠퍼스를 찾은 시민들은 기념공간이 산책로 지나는 길목에 소공원으로 조성돼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지난 8일 저녁 무렵 산책 나온 가족 4명은 정문에서 법대 가는 방향에 조성된 ‘박관현의 기념비’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50대 아버지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기념비에 관해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 등 좀 낯선 아이들은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역사의 현장에 함께한 것처럼 뿌듯해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조형물. 전남대 제공

70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모태 역할을 한 전남대 캠퍼스에는 당시 장소와 공간, 기억 등을 기리는 기념공간이 여러 군데 세워져 있다. 이같은 민주화 운동 기념공간의 ‘구슬’을 둘레길로 꿰매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민주길’ 조성사업이다. 캠퍼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민주화 운동 당시 그날의 흔적과 기억의 잔상, 각종 기념물 등을 연결하는 공간 재생 사업이다. 민주길 조성은 단순한 토목공사나 건축공사가 아니다. 민주화 운동의 장소를 역사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프로젝트다.

 

◆민주길은 평화를 위한 외침

 

민주길 조성사업은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2017년 취임하면서 추진됐다. 정부가 7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추진단이 구성되는 등 구체화됐다. 

 

추진단은 민주길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추진 방안 등을 수립했다. 전남대 최영태 교수가 추진단장을 맡았으며, 교수 등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자문위원에는 교수와 민주화 운동 관련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민주길 주요 코스는 5·18민주화운동 발원지이자 사적 제1호인 정문에서 시작해 법대 진입로 박관현의 흉상, 인문대 앞 교육지표선언 기념비, 사범대 벽화, 도서관 앞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관 등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5㎞에 이르며, 기념공간 16곳이 연계돼 있다.

 

민주길 조성의 핵심영역은 교내 중앙도서관 앞에 있는 5·18 광장이다. 이 광장이 각각의 기념공간을 개별적으로 나열하지 않으면서도 각 시대를 상징하고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융합하는 장소라는 판단에서다. 역사지구는 핵심지구 주변의 순례거점들을 둘러보며 인문과 사건의 구체적인 해설을 통해 민주화 흐름을 떠올리도록 조성된다. 핵심영역과 역사지구는 서로 순환 가능하도록 연계했다.

 

민주길 조성사업은 현재 실시설계 중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오는 12월에 첫 삽을 뜨고 내년 4월 마무리된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내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민주길 조성사업의 설계공모에 ‘행복한 동행’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행복한 동행은 전남대 민주길을 역사유산길과 문화계승길, 학풍으뜸길 등 3개 루트로 나눴다. 16개 기념공간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 작가군을 영입해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조성하게 된다.

 

민주길은 모두 3개의 노선으로 이뤄져 있다. 제1노선(1.7㎢)은 중심부로 기념공간이 몰려있는 역사지구다.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인 정문에서부터 박관현의 언덕길, 윤상원의 숲, 김남주의 길, 교육지표 마당, 민주의 횃불 벽화, 임을 위한 행진곡 조형물 등이 있는 곳을 연결한다. 제2노선(1.8㎢)은 공과대학 쪽을 돌고 후문으로 나와 다시 가정대학과 용지, 종합운동장을 거쳐 정문으로 연결되는 동쪽 동선이다. 제3노선(1.5㎢)은 농생명과학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 치과병원을 아우르고 학교 밖 도로변 녹지를 이용해 다시 정문으로 이어지는 서쪽 동선이다.

 

◆시대 정신 담은 ‘역사적 동행’

 

5·18민주화운동 사적지1 호인 정문.

민주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기념공간은 정문이다. 1980년 5월 18일 비상계엄 확대에 반발해 교문에 모인 학생들이 광주역과 금남로로 진출해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 역할을 한 곳이다. 민주광장의 규모나 공간 상징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조성된다.

 

다음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의로운 삶과 죽음을 맞은 이 대학 출신들의 기념공간으로 연결된다. 정문에서 왼쪽으로 가면 ‘박관현의 언덕길’이 보인다. 1980년 민주화 운동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박관현씨는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이끌다가 수배를 받게 된다. 이후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5·18 진상규명을 주장하다가 숨을 거뒀다. 이를 기념해 1989년 이미 계승비가 세워져 있다.  

 

다음은 ‘윤상원의 숲’이 눈에 들어온다. 5·18민주화 운동 당시 지도부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윤상원씨는 계엄군의 진압작전에 중 전남도청에서 숨졌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 강민우역의 실제 모델이다. 2007년 10월 사회대 앞에 양손을 맞잡고 고뇌하는 모습의 흉상이 세워졌다. 흉상 옆에는 마지막 연설문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김남주 기념홀.

‘김남주와 함께하는 길’이 있다. 김남주씨는 시인, 시민사회운동가다. 유신에 반대한 김남주씨는 인혁당 사건 등으로 투옥돼 고초를 겪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대통령 특별지시로 석방됐다.

 

교육지표 마당.

인문대 동산의 ‘교육지표 마당’이 눈길을 끈다. 1978년 전남대 교수 11명이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하며 우리의 교육지표를 선언했다가 구속, 해직됐다. 이를 기념해 2007년 7월 기념 조형물을 설치했다. 책 5권을 쌓아 교육지표선언 전문을 음각한 조형물을 보면서 유신체제의 교육 이데올로기를 깨닫고 현재의 교육 방향이 올바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사범대에 이르면 ‘민주주의 횃불 벽화마당’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남대 그림패와 미술패, 미술교육과를 중심으로 결성된 벽그림 추진위가 1990년 광주민주화운동 10주년을 맞아 제작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첫 벽화로 16m×10m 규모다. 벽화 하단의 가마솥에 밥을 짓는 모습을 광주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적 정신을 형상화했다.

 

최영태 추진단장은 “민주길을 돌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이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면서 생활 속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행복한 동행’의 시간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여신 미소'
  • 최지우 '여신 미소'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
  • 뉴진스 다니엘 '심쿵 볼하트'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