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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 취약… 성범죄 위협 받는 여성들

입력 : 2019-07-15 19:37:15 수정 : 2019-07-16 14: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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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복지패널 분석 보고서 / “1년 이상 주거빈곤 경험” 67.3% / “6년 이상 경험” 응답 33.4% 최다 / 주거 침입 쉬운 반지하·옥탑 많아 / 경험률 男이 84.9%로 더 높지만 / 비용부담·환경 미달 오히려 적어 / “여성 거주지 안전 정부 관심 필요”

최근 서울 신림동에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강간을 시도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원룸 화장실 창문으로 들어온 그는 그 집에 혼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소개팅 후 상대방 여성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만나보자며 집까지 따라 들어간 남성도 경찰에 입건됐다. 남성은 여성과 함께 있던 이모가 돌아가라고 했음에도 계속 현관 앞을 서성거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돌아갔다.

여성의 주거지가 위협받고 있다. 여성의 집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집도 더는 안전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여성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 여성 10명 중 7명꼴로 주거빈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를 보면 18~34세를 대상으로 주거빈곤 노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 67.3%가 최소 1년 이상 주거빈곤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거빈곤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거비 과부담, 주거환경 미달 중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를 말한다. 1년 정도 짧게 주거빈곤을 경험한 경우는 11.5%로 많지 않았고, 6년 이상 주거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성이 33.4%로 가장 많았다.

주택의 면적이나 방 개수, 채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기준을 밑도는 집(최저주거기준 미달)에 산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은 56.3%였다.

21.1%는 소득의 20% 이상을 월세나 관리비로 지출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주거환경 미달에 해당하는 반지하나 지하, 옥탑방 등 거주 경험 여성은 12.2%였다.

전체 주거빈곤 경험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높기는 하다. 18~34세 남성의 주거빈곤 경험률은 84.9%였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주거비 과부담과 주거환경 미달 경험은 남성이 각각 17%, 9%로 여성보다 낮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등 소득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안전을 위해 마련한 주거는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을 따져 마련한 집은 반지하 등으로 안전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8일 '신림동 강간미수범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퍼진 한 여성이 집에 들어가자 그를 뒤 따라온 남성(왼쪽 붉은 원표시)이 갑자기 나타나 문을 열고 침입하려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유튜브 캡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범죄에 노출되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 이달 초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사회안전에 여성 응답자의 35.4%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률은 27%였다. 범죄 발생 불안감에 대해서는 여성이 57%로 남성(44.5%)보다 12.5%포인트 높았다. 여성들이 꼽은 지난해 한국 사회의 불안 요인도 범죄 발생(26.1%), 국가 안보(16.3%), 환경오염(14.3%) 순이었다. 실제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주거침입 강간,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 주거침입 성범죄가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여성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혼자 사는 여성들은 창문, 베란다 등을 통한 외부침입이 우려되는데도 설치비용 부담, 집주인과의 문제 등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거주지에 CC(폐쇄회로)TV, 방범창 등 안전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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