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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마약· 욕설에도 양육권 잃은 여성… 이유는 '이슬람 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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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5 16:09:59 수정 : 2019-07-15 16: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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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 비에라(오른쪽)와 그의 딸 제이나. NYT 캡처

사우디아라비아 남성과 결혼했다 이혼한 미국인 여성이 전 남편의 마약 투약과 구두 학대에도 양육권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재판부는 사우디 거주 미국인 여성 베서니 비에라의 딸 제이나에 대한 양육권 재판에서 비에라의 전 시어머니에게 양육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비에라는 전 남편이 마약을 하고 4살 난 딸 제이나 앞에서 자신에게 구두로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증거물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양육권을 그녀가 아닌, 전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전 시어머니에게 준 것이다.

 

사우디 법원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을 더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재판부는 비에라가 서양인이라서 딸 제이나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전 남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전 남편은 비에라가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전념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어머니(비에라)는 이슬람교에 새로 들어왔고 이 나라에서는 외국인이며 그녀가 자라온 방식대로 전통과 관습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전통에 제이나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비에라는 이날 NYT와 인터뷰에서 “여기선 1만 배나 더 안 좋은 일이다. 여성들이 법정에 갈 때 너무 많은 것들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그는 “나는 진심으로 여기에도 아직 정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비에라는 남편의 학대를 이유로 2017년 법원에 이혼을 신청했다. 그는 딸 제이나에 대한 양육권을 원했다. 또 법원이 사업가인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내도록 명령하길 요청했다. 비에라는 남편과 이혼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제이나에 대한 양육권 소송 절차가 개시됐다.

 

당초 비에라와 전 남편은 제이나가 매주 전 남편을 찾는다는 조건으로 비에라가 제이나를 양육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전 남편이 법정에서 완전한 양육권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전 남편 역시 자신이 마약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비에라가 자신에게 마약을 줬고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말하길 강요했다고 비난했다. 비에라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결국 판사는 비에라와 전 남편 모두 딸을 양육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비에라의 전 시어머니에게 양육권을 부여했다. 비에라는 이러한 결정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 남편의 여동생이 그들의 어머니가 자신들을 때렸으며 어린 시절 그들을 감정적으로 학대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여성과 문화에 제한을 가해왔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은 이후 여성에게 운전 면허 발급을 허용하는 등 과감한 개혁·개방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어머니들이 이혼을 한 뒤 소송을 하지 않아도 남편과 합의하기만 하면 자녀의 양육권을 보유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사우디 여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제한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여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제한 중 하나가 바로 ‘후견인 제도’다. 사우디 여성들은 이러한 후견인 제도에 따라 남성 후견인 ‘마흐람’(Mahram)의 허락을 받아야 교육·취업·여행이 가능하다. 심지어 결혼·이혼도 마흐람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최근 사우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18세 이상의 여성들에게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여행을 허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젊은 사우디 여성들이 가족들의 의사에 반해 다른 국가로 떠나는 사건이 고위층에서 연이어 발생하며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후견인 제도에 대한 주요한 조정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후견인 제도의 규칙은 비에라처럼 사우디인과 결혼한 여성과 제이나 같은 이중 국적자들을 포함한 그들의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샤리아에 기초한 사우디 법에 따르면 사우디 어머니들은 일반적으로 아들은 9살, 딸은 7살이 될 때까지 일일 양육권을 유지한다. 반면 아버지들은 그들의 법적 후견인으로 남는다. 심지어 비에라는 지난해 전 남편과 이혼했지만 전 남편은 2013년 결혼 이후 여전히 비에라와 딸 제이나의 후견인으로 남아 있다. 전 남편이 후견인 권리를 행사하면 비에라는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가족을 보러 고향에 갈 수 없고, 사우디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할 권리가 만료될 수 있으며, 자신의 은행 계좌에 접근하거나 사우디를 떠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현재 사우디 당국은 NYT의 관련 보도 이후 비에라에게 지난 3월 거주권을 부여한 상황이다. 이번 인터뷰가 전 남편을 더 자극할 것을 우려한 비에라는 전 남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NYT는 전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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