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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 정부의 韓·日에 대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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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4 21:30:32 수정 : 2019-07-14 21: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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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제든 中과 손잡을 나라 / 日, 美와 함께 中 맞설 나라 인식 / 美 어느 한쪽 나라 손 안 들어줘 / 직접 담판만이 韓·日 갈등 해법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 경제보복으로 한·일 양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최전선은 세계무역기구(WTO)이다. 한·일 양국은 일본이 취한 일방적인 수출규제의 WTO 규정 위반 여부를 판가름 낼 계획이다. 또 다른 전선은 미국 조야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미국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이번 싸움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대미 외교전선에서는 한국의 공세가 두드러진 것처럼 보인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정부와 의회를 누볐다. 그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연쇄 접촉하고 상·하의원들을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차장은 한·미·일 고위급 협의회를 개최해 해결책을 찾자고 미국 측을 설득했다. 김 차장과 함께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김희상 양자 경제외교국장도 미국에서 뛰었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측 인사들과 면담 일정이 잡히는 대로 워싱턴을 찾을 예정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한국과는 달리 일본 측 고위 인사들은 아직 미국을 찾지 않고 있다. 일본은 주미일본 대사관이 최일선에서 미국 측을 상대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특정 현안이 불거졌을 때 한국과 일본 간에는 대응팀을 가동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서 “한국은 주로 본국 대표단이 미국으로 달려오지만 일본은 주미 대사관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일본보다는 한국의 접근 방식이 미국 정부 당국자에게 일단 임팩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직접 카운터파트가 워싱턴으로 날아오면 일본의 현지 대사관 관계자들보다 미국 측 인사들이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적극적인 공세가 미국 조야에 먹혀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미국 조야에 구축해 놓은 광범위한 ‘친일’ 네트워크는 한국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그 단면에 불과하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현안이 터지면 한꺼번에 물량 공세를 퍼붓다가 쑥 빠지는 경향이 있으나, 일본은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국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을 놓고 전략적 가치를 따지면 한국이 일본에 밀린다는 게 미국 파워 엘리트 집단의 대체적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이 2017년 3월 ‘인디펜던트 저널 리뷰’(IJR)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미·일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경제 규모와 안보 이슈에 관한 관점, 경제적 이슈 때문에 이 지역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이것은 새로운 게 아니고, 지금뿐 아니라 지난 수십년 동안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관계가 있는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아태지역에서 좀 더 큰 발자국을 지니고 있다.” 비외교관 출신인 틸러슨은 비외교적으로 미국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었다.

미 정부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기자와 만나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중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떠오르는 중국을 관리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했으며 미국과 함께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핵심 삼각 축은 일본, 인도, 호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미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본은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맞설 나라이지만, 한국은 언제든 미국을 버리고 중국 쪽으로 넘어갈 수 도 있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 삼각관계를 고려할 때 한·일 분쟁에서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 중 어느 한쪽 손을 번쩍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국제적인 여론전의 무대 중 하나일 뿐이다. 진정한 해법은 한·일 간 담판의 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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