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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경청·지원…日 '경제 보복'에 3대 대응 기조 정리한 文대통령

입력 : 2019-07-09 06:00:00 수정 : 2019-07-08 22: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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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출 규제를 통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일본 측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에 반도체 등 3대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철회를 공식 요구한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먼저 상황 진전에 따라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 대응체제 구축’ 검토를 지시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필요한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도 주문했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과 국민께서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일본기업, 나아가 글로벌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응책 골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는 도쿄 주재 특파원들과 만나 한·일 갈등과 관련해 “부임 두 달 동안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정·관계 등을 쉴 새 없이 접촉해 127명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양자협의 요청에 대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칙적으로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일본 측이 우리의 양자협의 요청에 대해 당장 응하기는 어렵지만 만날 의사는 표명했다”며 “양국 간 만남의 시기와 참석자, 의제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출 규제를 주도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산업부의 카운터파트여서 만남이 성사될 경우 양국 정부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일본 정부의 2차 보복 조짐도 엿보인다. 일본 NHK는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생각”이라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없으면 규제 강화 대상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어 한국 측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에서 우대하는 국가로부터 한국을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조 정책실장. 뉴시스

◆“정치 목적 기업거래 제한 세계가 우려… 日, 자유무역 지켜야”

 

문재인 대통령의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은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 파문에 대해 정부가 외교·경제 문제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며,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3대 대응 기조를 정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전례 없는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지난 1일 일본이 수출규제 의사를 밝힌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외교적 대응 방침만 밝힌 채 구체적인 대통령의 생각이나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양한 언론을 통해 이번 사태가 강제징용 및 북한 지원 등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 상황에서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수보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의 관심이 워낙 높은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엔 수출규제 철회로 압박

문 대통령은 1개월 만에 열린 수보회의에서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수출규제 철회를 압박했다.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문제와 결부된 부당한 조치인 만큼 일본의 조치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양한 카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일단 일본의 자진 철회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악화해 우리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기업 목소리 경청 계속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에 대한 청와대와 관련 정부의 접촉 강화도 주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관련 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를 갖는 등 직접 소통에 나선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재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부의 방안을 고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7일에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기업 총수와 오찬회동을 했으며, 10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40여명의 대표를 만나 부품·소재 국산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부품·소재 국산화 지원

문 대통령은 또 “제조업의 근간인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를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그로 인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외요인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키우는 이른바 부품·소재의 국산화 대책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핵심도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정부는 부품·소재·장비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세제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부품·소재 업체들과 상생협력을 통해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는 데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와 일본 간 무역수지적자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빈틈없이 마련하고, 한편으로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 간 무역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수지적자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달중·우상규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세종=안용성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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