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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들의 업적과 병적 성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입력 : 2019-07-06 01:00:00 수정 : 2019-07-05 19: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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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 캘브 / 김석희 / 모멘토 / 1만5000원

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역사를 만든 인물들의 정신장애/클로디아 캘브 / 김석희 / 모멘토 / 1만5000원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자신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이 단호한 명제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 사람들이 있다. 경계성 인격 장애자였던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 강박 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스, 우울장애를 앓았던 정치인 에이브러햄 링컨, 불안장애로 마음고생을 한 진화론자 찰스 다윈,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힘들어했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다.

정신건강 등 의학과 과학 분야를 전문으로 다룬 저널리스트 클로디아 캘브는 역사 인물들의 정신장애에 대해 차례로 살펴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신장애가 천재성의 근원이라고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장애와 강박장애 등은 비범한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한편 파괴했다.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업적이 그들의 병적 성향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인간의 뇌와 행동이 얼마나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역사 인물들을 보는 새로운 관점도 제시한다.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 워홀은 1975년에 출간된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나 자신은 원치 않은 물건이라도 그걸 버리는 건 내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해묵은 엽서와 진료비 청구서, 수프 깡통, 썩은 피자로 가득 찬 수백 개의 상자를 생활 속에서 끌어안고 살았다. 전형적인 ‘저장강박증’ 환자다. 저자는 “아무거나 긁어모은 듯한 상자 속 내용물은 저장강박증의 표본이라 해도, 워홀의 ‘타임캡슐’을 전체적으로 보면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현대 미국 음악의 거장인 조지 거슈윈은 어린 시절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싸움질을 일삼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였다. 그가 치료제인 리탈린을 복용했다면 ‘랩소디 인 블루’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억제되지 않은 야성적 에너지 덕분에 강렬하고 화려한 그의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찰스 다윈은 툭하면 복통에 시달렸고, 과학자 모임에서 몇 분간 발언하고는 24시간 동안 계속 토하는 등 ‘불안장애’ 증세를 보였다. ‘강박증’이 있던 하워드 휴스는 문을 열 때마다 손잡이를 화장지로 감싸 쥐었으며, 그가 먹을 과일 통조림을 따는 사람은 사전에 세 쪽짜리 지시문을 읽어야 했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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