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전 영화 1편, 디지털 복원 최대 3억 올 예산 1억4800만원뿐… 지원 확대를”

입력 : 2019-06-29 17:04:59 수정 : 2019-06-29 17:05: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기호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복원팀장

“영화 필름을 4K 고해상도 디지털로 복원하는 건 일종의 문화재 원형 복원 사업입니다. 고미술 작품 하나를 몇 달, 몇 년에 걸쳐 복원하잖아요. 그런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지난 11일 경기 파주시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에서 만난 김기호(43·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복원팀장은 계량화되지 않는 업무의 특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필름의 훼손 정도, 난도에 따라 기간과 비용의 편차가 심하다. 짧으면 한 달, 길면 1년이 걸리고 적게는 1억원, 많게는 약 3억원이 든다.

김 팀장은 필름의 보존과 디지털 복원, 디지털 리마스터링(remastering)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복원은 원래 상태를 재현하는 겁니다. 필름을 새 필름으로 옮기는 건 보존이죠.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재개봉을 위해 화질이나 음질을 깔끔하게 만드는 겁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7년 한국 고전 영화 디지털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첫 작품은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1962). 올해 김기영 감독의 ‘고려장’(1963)까지 50편을 디지털로 복원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쉬리’(1999)는 진행 중이다.

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적 사업이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를 제외한 영상복원팀 소속 10명 중 복원 전문 인력은 단 1명. 대부분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 국내에 디지털 복원 업체는 한 군데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그간 성과가 적지 않았다. 2007∼2009년 각각 복원한 ‘열녀문’과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장한사모편·1961)은 그해 칸국제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연이어 초청됐다. 세계 최초로 필름 자막을 없애는 데도 성공했다.

“필름 자막을 지우는 건 복원과는 또 다른, 시각특수효과(VFX)의 영역이에요. 2008년 자막 제거를 처음 시도한 ‘하녀’는 지운 흔적이 남았어요. 2014∼2015년 ‘오발탄’ 원본 필름의 영어 자막은 모두 지웠습니다. 세계 최초였죠.”

올해 디지털 복원 예산은 1억4800만원. 지난해(1억9800만원)보다 되레 줄었다. 필름이 심하게 훼손된 명작 한 편을 복원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 등은 작업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김 팀장은 “디지털 복원 업체의 자생적 기반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줬으면 한다”며 “자료원의 복원 인력은 최소 3명까진 증원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파주=박진영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