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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기술유출의 역습… 설 곳 없는 ‘원전 강국’ [뉴스분석]

입력 : 2019-06-25 06:00:00 수정 : 2019-06-24 22: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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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원전 정비 ‘반쪽 수주’ 당초 최대 3兆 규모·15년 계약 예상 / 5년으로 축소… 美·英업체도 참여할 듯 / 단독·일괄수주 실패… ‘기대 이하’ 평가 / 국정원선 핵심 기술 유출 수사 확대

한국업체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비 범위나 기간이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국내 전문인력이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 유입되면서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정비 및 서비스 노하우 등이 넘어가 원전사업 수주 규모 등이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이 지난 23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 운영법인인 ‘나와’(Nawah)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나와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두산중공업과는 정비사업계약(MSA)을 맺었다. 한국과 UAE가 원전 건설부터 설계, 운영, 정비까지 원전 전(全) 주기에 걸친 협력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계약을 ‘통수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바라카 원전은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되는 만큼 한수원이 정비 계약을 모두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단독수주 시 계약금액은 2조∼3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서는 전체 사업 예상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기간을 한정했다. 또 수주전에서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이나 영국 업체에도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길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몇 년간 ‘APR-1400’ 운영 기술에 밝은 국내 전문인력이 상당수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 유입됐다. 따라서 이들을 통해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정비나 서비스 노하우들이 상당수 넘어가 UAE로서는 전체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가동 비용을 줄이는 한편 기술자립에 대한 자신감을 보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민간기업과 전직 원전공기업 간부가 한국형 경수로 기술을 해외에 빼돌렸다는 제보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조사에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정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전의 정상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략물자인 ‘냅스’(NAPS)를 포함한 원전 핵심기술 유출 의혹 보도<세계일보 6월 18일자 1·3면 참조>와 관련, 지난 19∼20일 한국전력기술(KEPCO E&C)을 조사했다. 국정원은 냅스의 원천기술을 가진 한전기술을 상대로 냅스의 개요와 운영방식, 접근권한자 리스트, 냅스 용역계약 현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경수로 설계도 유출 의혹을 받는 대전 소재 G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원전 인재·핵심기술 경쟁국 유출… 설 곳 없는 ‘원전 강국’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운영법인인 ‘나와(Nawah)에너지’와 애초 기대했던 수준보다 떨어지는 ‘반쪽 계약’을 맺게 된 것은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국내 원전 전문인력과 운영 기술 및 노하우 등이 해외에 대거 유출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이 지난 23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나와와 체결한 정비사업계약은 원전업계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바라카 원전에는 한국의 독자기술인 APR―1400 원자로가 설치된 만큼 한국이 원전 건설과 설계, 준공 후 정비까지 도맡는 ‘통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장기정비계약인 LTMA(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까지 우리 몫이 될 것이란 기대였다. 정부도 이런 통수주를 통해 바라카 원전 사업으로 21조원의 수출 효과, 72조원의 후속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전력 제공

그런데 UAE가 2017년 바라카 원전 정비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기류가 변했다. 계약형태도 LTMA가 아닌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으로 변경됐다. LTMA는 한수원 등이 ‘나와’를 대신해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형태이지만 LTMSA는 나와가 원전 정비를 책임지면서 필요인력을 한수원에서 파견받는 형태다. 이번에 나와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 LTMSA를 맺었다. 업계에서는 계약형태가 LTMA에서 LTMSA로 바뀌면서 팀코리아와 경쟁했던 미국 얼라이드파워나 영국 두산밥콕도 정비사업의 일부분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기간도 전체 사업 예상기간인 10∼15년에 크게 못 미치는 5년에 그쳤다. 추후 합의를 통해 연장할 길은 열어뒀다지만 5년 뒤 연장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전체 수주금액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계약은 원전 가동 비용을 줄이겠다는 UAE의 현실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겠지만 그 배경에는 UAE의 자신감이 깔려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한국형 원전 APR-1400 운영 기술에 밝은 국내 전문인력이 상당수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 유입됐다. 국내 원자력 업계에서는 이들을 통해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정비나 서비스 노하우들이 공식적으로 이전된 기술 못지않게 이미 상당수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국내 민간기업과 전직 원전 공기업 간부가 한국형 경수로 기술을 해외에 빼돌렸다는 제보에 따라 최근 국정원이 조사에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원전 인력의 UAE 진출 움직임이나 바라카 원전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해외기업들의 수주 동향을 보면 우리 기술 대부분이 이미 UAE에 유입됐거나 다른 경쟁국으로 흘러갔다고 봐야 한다”며 “UAE로서는 더 이상 기술적 독자성이 사라진 우리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입찰에 부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경주=뉴시스

아쉬운 대목이 있지만 이번 계약으로 한국과 UAE의 원전협력이 건설뿐 아니라 설계·운영·핵연료·정비 등 전(全) 주기에 걸쳐 완성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전은 2009년 12월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0월 운영지원 계약, 지난해 3월 장기설계 지원 계약 및 핵연료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와 더불어 두산중공업이 이번 정비계약에 참여함으로써 한국 원전기업이 해외원전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계약은 절대 쉽지 않았고 큰 성과”라며 “사실상 한국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 규모나 기간이 원래 기대했던 바에 못 미친다는 평가에는 “UAE 법령에 따라 나와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단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0년도 협력할 수 있는 계약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창훈·우상규 기자, 대전=임정재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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