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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만 전기료 깎아준다…1600만가구 月 1만원 혜택

입력 : 2019-06-19 06:00:00 수정 : 2019-06-19 09: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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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안 중 최다 가구 혜택 고려…누진제 개편 최종 권고안 확정 / 현행 틀 유지 단계적 구간 확대 / 7월부터 새 요금제 시행 전망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누진구간 확장안’이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18일 제8차 누진제 TF 회의를 열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 중 여름철(7, 8월)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1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1안에 따르면 1단계 구간은 현행 0∼200㎾h(시간당 킬로와트)에서 0∼300㎾h로, 2단계는 201∼400㎾h에서 301∼450㎾h로, 3단계는 400㎾h 초과에서 450㎾h 초과로 늘어난다.

 

이렇게 누진구간이 확장되면 할인혜택을 받는 가구는 1629만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할인액은 월 1만142원이고,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앞서 TF는 지난 3일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늘리는 ‘누진구간 확대안’(1안), 여름철에만 누진제 3단계를 폐지하는 ‘누진단계 축소안’(2안), 연중 단일요금제로 운영하는 ‘누진제 폐지안’(3안) 3가지 안을 공개한 바 있다. TF는 이후 공청회와 심층 여론조사, 인터넷 게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1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선택했다. 1안을 채택한 것은 3개안 중 가장 많은 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전은 최종 권고안을 토대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신청을 하면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인가를 통해 7월부터 새로운 요금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하지만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된 1안의 경우 지금까지 실시돼 온 누진제의 틀을 건드리지 않고 여름철마다 실시했던 누진제 한시적 완화 제도를 상시화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개편으로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의 부담이 지속되게 됐다. 1안이 시행될 경우 총 요금할인 규모는 평년(2017년) 사용량 기준 2536억원이었고, 지난해처럼 폭염이 발생할 경우 2847억원으로 액수가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299억원을 내며 역대 최대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으로서는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집집마다 에어컨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18일 전기요금 누진제를 유지하면서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요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누진구간 확장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한 가운데 한 아파트 단지 벽면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하상윤 기자

◆누진 1단계 300㎾h 이하로 … 전기소비 많은 집 혜택 집중 차단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개편 권고안은 최대한 많은 가구에 요금 인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면서 전력 다소비 가구에만 혜택이 과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만든 것이 골자다.

 

권고안은 현행 1단계 200㎾h(시간당 킬로와트) 이하, 2단계 201∼400㎾h, 3단계 400㎾h 초과 구간을 7∼8월 한정으로 1단계 300㎾h 이하, 2단계 301∼450㎾h, 3단계 450㎾h 초과로 늘리는 방식이다. 누진 단계별 요금은 ㎾h당 1단계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으로 종전과 동일하다.

이 경우 폭염이 발생하지 않은 평년(2017년) 기준 1541만가구의 여름철 전기요금이 월평균 9486원(17.8%)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폭염이 발생한 지난해 기준으로는 1629만가구가 월 1만142원(15.8%) 할인을 받게 된다. 세부적으로는 여름철 월 300㎾h를 사용하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4만4390원에서 3만2850원으로, 월 450㎾h를 쓰는 가구는 8만8190원에서 6만5680원으로 각각 1만1540원(26%), 2만2510원(25.5%) 줄어든다. 500㎾ 이상을 소비하는 가구의 요금 감소 비율은 10% 초·중반대로 내려간다.

 

이런 권고안이 채택된 것은 당초 발표된 3개 안 중 가장 많은 가구가 요금 인하 대상이 된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뿐 아니라 그러지 않은 가구에까지 골고루 미친다는 장점이 있다. 대다수 가구의 여름철 에어컨 사용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에너지 소비 효율화라는 누진제 취지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우리 국민의 여름철 전력사용 패턴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TF는 이번에 채택한 1안 외에도 여름철 한정으로 누진체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는 2안, 누진제 자체를 폐지하고 연중 내내 같은 전력량 요금을 부과하는 3안을 함께 제시했다. 2안의 경우 여름철 누진제는 1단계 200㎾h 이하, 2단계 200㎾h 초과 두 단계로 간소화된다. 이럴 경우 여름철 누진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 혜택은 기존 3단계 이상 적용을 받은 사용량 400㎾h 초과 다소비 가구에만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소비 가구는 평년 기준 385만가구, 폭염 기준 609만가구다.

 

여론 수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3안은 약 1400만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3안은 누진제를 폐지하되 ㎾h당 단가를 기존 누진제의 1단계와 3단계 사이 수준인 125.5원으로 조정한다는 안이다. 평년 기준 월 사용량이 300㎾h를 넘는 811만가구는 월평균 요금이 7508원(14%) 내려가지만, 300㎾h 이하를 사용하는 나머지 1427만가구의 요금은 월평균 4361원(23.4%) 오른다. 요금폭탄 등 누진제로 인해 발생하는 논란을 원천 차단할 수 있지만 전력 사용량이 적은 가구의 요금 인상을 통해 전력 다소비 가구의 요금을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TF는 전력 소비가 적은 가구의 요금 인상에 대한 수용성 여부가 추가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전력이 지난 4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마련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관련 의견 수렴 게시판에는 3안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신이 사용한 전기량만큼 요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공평하다”, “가전제품의 다양화·대형화로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한전 적자 폭 확대를 들며 전기요금 인하 반대와 누진제 폐지를 주장했다. 한전 소액주주행동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한전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누진제 개편 과정에서는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여름철이면 에어컨 가동으로 전기요금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 몰라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 14일부터 소비자가 계량기에 표시된 현재 수치를 입력하면 월 예상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한전 사이버지점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적자’ 한전에 2847억 부담 떠안겨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18일 권고안으로 채택한 ‘누진구간 확장안’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부담을 키우는 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시장 추정치를 크게 넘어서며 ‘어닝 쇼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7800억원 적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2013년 이후 2017년 3분기까지 분기별 2조∼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4조 1500억원이던 부채는 올해 3월 기준 121조 2900억원으로 7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160.6%이던 부채 비율은 3개월 만에 172.6%로 올랐다.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TF에 따르면 누진구간 확장안이 시행될 경우 한전이 올해 여름(7, 8월)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할인액은 2847억원(2018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이달 초 전문가 토론회에서 산업부는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일정 부분 부담하고 정부도 소요재원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구체적 규모나 방식은 정부 예산 편성 및 국회 심의를 거쳐 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111년 만의 폭염이 닥치면서 누진구간이 확대됨에 따라 3611억원을 부담한 바 있다. 정부는 당시에도 지원을 약속했지만 예비비로 357억원을 충당하는 데 그쳤다. 예산을 신청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탓이었다.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원료비 연동제는 전력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석탄이나 석유, 태양광, 원자력의 발전 단가와 전기요금을 연동시키는 것이다. 석탄값이 오르면 전기료를 인상하는 방식이다.

 

도시가스 등은 원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누진제 개편 과정에서는 원료비 연동제 도입 문제가 검토되지 않았다. 한전 측은 누진제 할인 부담 등을 고스란히 떠안는 데 대해서는 주주 이익 보호 차원에서 사실상 거부 태도를 보이며 정부 재정이나 전력산업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꾸준히 밝혀왔다. 하지만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재정을 투입할지는 회의적이다. 업계에서는 값싼 전기료를 인상해서 전기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우중·김준영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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