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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다 → 미흡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에 기름 부은 안일함

입력 : 2019-06-18 15:00:00 수정 : 2019-06-18 15: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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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20일째
붉은 수돗물로 오염된 필터. 인천서구평화복지연대 제공

지난달 30일 발생해 20일이나 이어진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로 서구 주민들이 분노한 데는 당국의 안일함과 미흡한 대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문제없다던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적수 사태가 영종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던 주장을 번복한 인천시 그리고 전체적인 대처가 미흡했다고 사과한 박남춘 인천시장 등에 거센 비난이 쏟아진다.

 

보름 넘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 수천명은 규탄 집회에서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대책이 전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시가 이달말까지 기존 수질을 되찾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환경부는 18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무리한 ‘수계 전환(정수장 간 급수 구역 변경)’이 적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수질검사 ‘적합’…안심해도 된다던 상수도사업본부

 

적수 사태 닷새째인 지난 3일 서구 일부 주민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안을 호소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이들은 “아직도 기절할 만한 적수가 나오고 있다”며 새로 바꾼 샤워기 등 필터가 까매졌다고 주장했다. 수돗물을 쓴 뒤 피부에 이상이 생겼다거나, 복통을 호소한 이도 있었다.

 

지난 12일 인천 서구의 한 중학교 급식실 수도에 씌워둔 하얀색 마스크가 까맣게 변했다. 연합뉴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붉은 수돗물로 피해를 본 아파트 등 8500여 세대와 초·중·고등학교 10곳 수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면서, 샤워기 등 필터가 까매지는 것은 온수를 섞어 쓸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상수도사업본부는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병입(병에 담음) 수돗물인 미추홀참물 50만여병을 공급하고, 저류조 청소를 원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을 시 청소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돗물은 수질 적합 판정이 나온 만큼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면서도 “주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병입 수돗물을 계속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영종도 관련 없다더니…주장 번복한 인천시

 

영종도가 적수와 관련 없다던 인천시는 수계 전환 영향으로 수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국수자원공사 조사 결과가 나오자 기존 주장을 바꿨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13일 “풍납취수장·성산가압장 전기설비 검사 과정에서 서구 지역의 수질 문제가 발생했고,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영종도 지역도 이번 수계 전환 영향으로 수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영종도에서 약 250가구가 적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수자원공사의 결과 발표 전까지 시는 수돗물 공급 경로가 서구와 다르다며, 영종도를 사후 보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산정수장에서 역방향으로 공급된 상수도 일부가 영종도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수자원공사 관로 전문가의 조사 결과에 영종도도 사태 영향권 안에 있다는 점을 뒤늦게 시인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사진 맨 왼쪽)이 1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붉은 수돗물 피해 관련 조치·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기 대응 미흡”…박남춘 인천시장 사과

 

박남춘 인천시장은 1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국의 미흡한 초기 대응을 인정한 뒤, 이달말까지 기존 수질을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날 “일반적인 수계 전환이나 단수 때 발생하는 적수 현상이 일주일이면 안정화된다는 경험에만 의존해 사태 초기 적극적인 시민 안내와 대응이 미흡했다”며 “수질검사 기준치만 근거해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식으로 설명해 불신을 자초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철저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지 못했고, 초기 전문가 자문과 종합대응 프로세스가 없었다”고 고개 숙였다.

 

박 시장은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이물질은 관로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확실하다”며 “지속적인 말관(마지막 관로) 방류만으로는 잔류 이물질을 완벽히 제거할 수 없어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관로 복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정수지 청소와 계통별 주요 송수관 수질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19∼23일에는 이물질 배출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계통 송수관 방류와 함께 주요 배수지 정화작업과 배수관 방류를 시행한다. 24∼30일에는 송수관·배수지 수질 모니터링에 이어 수질 개선 추이에 따른 주요 배수관·급수관 방류를 지속할 방침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사진)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무리한 수계 전환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무리한 수계 전환이 원인…초동조치도 미흡”

 

‘정부원인조사반(4개팀 18명·이하 조사반)’을 꾸려 현장 조사를 벌여온 환경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무리한 수돗물 공급체계 전환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민원 발생 후 초동조치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조사반은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 전환 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계 전환 시 유속이 평소보다 2배 강해지면서 관 내부 물때와 침적물이 떨어져 물이 오염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또 이물질을 포함한 물이 공촌정수장 정수지에 유입된 사실을 사고 발생 15일째인 지난 13일에서야 인지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봤다.

 

조사반은 필터를 써도 수돗물에서 알루미늄, 망간, 철 등을 비롯한 이물질이 완전히 걸러지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마시지 말라고 권장했다. 그러면서 관로 노후화로 인한 물질이라기보다 주로 관저부에 침적된 물때 성분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필터로 한번 거른 물은 음용해도 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단계에서 수질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음용 권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며 “다만 빨래나 설거지 등 생활용수로 쓰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오는 22일부터 배수 순서를 정해 공급을 정상화하고, 29일까지 수돗물 정상 공급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병입 수돗물, 수질분석장비, 급수차도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7월 중으로 전문가 합동 원인조사반 조사결과 백서 발간·배포와 함께 식용수 사고에 대비한 지자체·유관기관 공동연수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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