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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강제동원 피해 위로금 너무 적어"… 헌법소원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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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8 11:02:45 수정 : 2019-06-18 15: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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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후손들 헌법소원 제기 / "정부 위로금 턱없이 부족… 심각한 생활고 겪어" / 2010년 법률 제정됐는데 너무 늦어… '각하' 결정 / 헌재 "위로금 적은 게 부당한 공권력 행사는 아냐"

일제강점기 일본 관헌에 의한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후손이 “정부로부터 받은 위로금이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으나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헌재는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한 법적 기한이 이미 지났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 위로금 턱없이 부족… 심각한 생활고 겪어"

 

18일 헌재에 따르면 강모씨 등 84명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강제동원조사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자난달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 등이 이들의 대리인으로 나섰다.

 

강씨 등은 일제강점기에 군인 또는 군무원으로 일본, 뉴기니, 남양군도, 필리핀 마닐라 등 국외로 강제동원을 당해 군복무 등에 종사하다가 현지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피해자들의 후손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로 동원돼 태평양의 섬 ‘타라와’로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상자를 들것에 태워 옮기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광복 후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과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 법률에 의해 2008∼2010년 강씨 등 피해자 후손들한테 ‘위로금’ 명목의 돈이 지급됐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3월22일 기존의 관련 법률들을 통폐합한 지금의 강제동원조사법이 만들어졌다. 다만 위로금에 관한 규정은 종전 법률과 내용이 똑같았다. 헌법소원은 바로 이 점을 문제로 삼았다.

 

강씨 등은 청구서에서 “특별법이 인정하는 위로금 액수는 우리가 입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을 규정,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누려야 할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헌재 "위로금 적은 게 부당한 공권력 행사는 아냐"

 

헌법소원 청구서를 받아든 헌법재판관들은 특별법 시행 후 9년이 지나서야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 과연 타당한지부터 살펴봤다.

 

현행법상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또는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안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한다.

 

법령이 시행된 뒤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 기본권 침해를 받게 된 경우는 그 사유가 발생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안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

 

이에 재판관들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법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각하 처분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강씨 등에게는 특별법이 제정 및 시행된 2010년 3월22일이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한 날”이라며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난 2019년 5월에야 헌법소원을 냈으므로 청구 기간의 요건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각하는 법적 요건 등 ‘절차’만 따져 내리는 결정이므로 위헌 여부 등 ‘내용’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가 지급한 금원 액수가 적다는 것이 곧 국가가 청구인들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대한 조직적·불법적 공권력을 행사한 사안에 해당한다고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혀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후손들에 대한 위로금 액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인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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