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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윤석열식 검찰 개혁 시험대

입력 : 2019-06-18 06:00:00 수정 : 2019-06-17 2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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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배경·의미/ 평소 소신 안 드러내… 행보 주목/ 과거 “기소가 검찰 본연의 임무”/ 특수수사 축소·제한 필요성 인정/ 법리에 충실한 원칙주의자 평가/ “정치적 중립 유지에 적합” 기대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면서 윤 후보자가 현 정부의 역점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찰 개혁에 보조를 맞출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말을 아껴온 윤 후보자가 장차 국회 인사청문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 후보자는 검사 경력 대부분을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 검사로 근무하면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자세히 피력한 적이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출장 중 조기 귀국해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반민주주의적’이라며 고강도로 비판하는 등 공개 반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직 검사장이 잇따라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를 골자로 하는 수사권 조정안의 국민 인권 침해 우려 등 문제를 제기했으나 윤 후보자는 공개적으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임명제청 건 보고받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과 조국 민정수석 등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으로 지명했다. 청와대 제공

그나마 윤 후보자의 견해를 유추할 만한 단서를 제공하는 공개 발언은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 때가 유일하다. 윤 후보자는 당시 ‘검찰의 직접수사가 줄어들면 향후 수사지휘는 어떻게 돼야 하겠냐’는 질의에 “제도에 대해 여기서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도 “수사를 누가 하느냐보다, 기소는 검찰이 하고 공소유지를 통해서 유죄 판결로 법 집행을 하는 거라서 검·경이 한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당시 발언에 윤 후보자의 생각이 대체로 다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 후보자가 ‘특수통’, ‘강골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사보다는 기소 및 공소유지 업무가 검찰 본연의 임무라고 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이 특수통 검사로 분류되지만 검찰 개혁의 핵심인 직접수사(특수수사) 제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발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 인사보복으로 대전고검·대구고검 등 검찰 내에서 이른바 ‘양로원’으로 불리는 한직을 전전한 것이 특검팀 합류 배경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윤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수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나 방해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요인보다 범죄혐의 구성 요건 등 법리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윗선과의 불화를 감수하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강행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후보자의 이런 성정을 고려할 때 정권 눈치를 살피기보다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검찰총장이라는 평가와 이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강한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망가진 것은 결국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인데 청와대가 각종 요구를 한 것이 원인이 돼 왔다”고 했다. 한 부장검사도 “함께 근무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윤 후보자는 아주 강직한 검사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누가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를 사람이 절대 아니다”며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윤 후보자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한다더라”고 전했다.

 

◆검사장급 20여명 사퇴 가능성… 조직 공백 우려

 

‘기수·서열 파괴한 인사이지만 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인사이지만 향후 검찰 내부 인사폭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폭 물갈이 인사가 대대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조직의 안정성이 과도하게 흔들릴 정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검찰 인사는 후배 기수 검사가 총장이 되면 선배 기수는 물론 동기도 신임 총장의 지휘권 보장 차원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 윤 후보자는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 후배다. 과거 관행대로라면 문 총장 1년 후배인 연수원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가 ‘용퇴’ 대상이다. 당장 봉욱(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과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20기) 수원고검장 등이 검찰 조직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부 개방직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40명이고 이 가운데 연수원 19∼23기는 31명이다. 만일 이들이 다 빠져나가면 검찰 조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무슨 군대도 아니고 이런 문화가 코미디같이 느껴진다”며 “검사장들이 한꺼번에 다 나가버리면 검찰 내 상당한 역량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모두 한꺼번에 나가는 것보다 일부는 검찰에 남아 조직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5년 11월 정상명 전 총장 취임 당시 안대희 당시 서울고검장과 임승관 대검 차장검사 등 연수원 7기 동기들이 조직에 남아 힘을 보탠 사례가 있다. 김종빈 전 총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고 물러나면서 검찰총장 기수가 반년 사이 네 기수 내려간 때였다. 윤 후보자가 기수는 낮지만 나이는 다른 총장 후보자들보다 많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를 수도 있어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 검사장 20여명 정도는 조직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순차적으로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방에 근무하는 부장검사는 “총장 기수가 낮아지는 만큼 향후 1~2년 사이 검찰 인사도 상당한 폭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드인사 전형” “부패 수사 성과”

 

야권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하자 ‘코드인사의 전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자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꼽으며 감쌌다. 향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후보자는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주었다”며 “그러던 그가 이제 검찰총장의 옷으로 갈아입게 됐다. 청와대는 하명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며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려질 것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과연 자질, 능력, 도덕성 부분에 있어서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만한 자격이 되는지 청문회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17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을 보고받은 뒤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석열 현 서울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정치적 인사로 보이지 실무적 인사로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며 혹평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윤 후보자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꼽으며 비호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후보자가)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고, 부당한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켰다”면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 윤 후보자의 지명은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고위인사는 윤 후보자가 고검장 선배들을 제치고 조직 수장이 된 데 대해 “적지 않은 검찰 간부들이 관례에 따라 줄줄이 옷을 벗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개혁적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적임이라고 평가한다”면서 합격점을 줬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차기 검찰총장의 제1 목표는 검찰의 완전한 개혁이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 2018년 10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장모에 관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재산·장모 논란’ 험난한 청문회 예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찰개혁에 대한 윤 후보자의 소신과 재산 및 장모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서울 출신으로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동기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인 34세에 대구지검 근무로 공직을 시작한 윤 후보자는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후보자는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내 대표적 ‘칼잡이’다. 2006년에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맡았고 2008년엔 BBK 특검에 참여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정권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자는 직속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됐다. 그는 며칠 뒤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초기부터 법무·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고 체포영장 청구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서 “수사라는 건 계속 치고 나가게 해줘야지 (위에서) 그러지 못하게 하면 사실상 수사하는 사람은 외압이라고 느낀다”며 거침없이 폭로했다.

 

이후 2014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되는 등 와신상담하던 윤 후보자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팀장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부활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했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은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의 개인적 배경을 겨냥한 공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모두 65억원으로 검찰 간부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윤 후보자는 2012년 52세 나이에 결혼했고, 배우자는 12억원대 주상복합아파트와 예금 49억7232만원 등을 가진 자산가다.

 

한때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이 됐던 윤 후보자의 장모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윤 후보자 장모의 사기사건에 윤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윤 후보자는 “국감장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제)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 왜 도덕성의 문제가 되냐”며 거세게 반발했었다.

 

배민영·김건호·안병수·정필재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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