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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 허가 폐지’ 국민청원 1년…우리 사회는 무엇이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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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5 23:00:00 수정 : 2019-06-15 16: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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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한 달간 이어진 청원에는 71만4875명이라는 역대 4번째로 많은 수의 국민이 동의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도내 예멘 난민신청자 484명에 대한 심사를 마칠 때까지 우리 사회는 난민을 두고 격렬하게 대립했고, ‘난민 신청한 예멘인 중 무장 반군이 있다’, ‘예멘인은 마약을 즐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등의 가짜뉴스가 범람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당시 우리 사회가 보인 반응을 ‘타자에 대한 낯섦’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낯섦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비슷한 논란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원은 지난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500여명의 예멘인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청원인들은 예멘인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 문제와, 난민 신청제도를 악용해 이들이 국내에 불법 체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정도로 많은 수의 난민이 들어온 것은 처음 경험해본 일이었다”며 “비슷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난민을 포용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도 “대부분 시민에게 난민이 낯선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이해하고 공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낯섦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 교수는 “난민이 처음 들어왔을 때 정부가 나서 그들이 누구고, 어디서 왔고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국민과 공유해야 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당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구 교수는 “논란 이후 예멘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다”며 “당시 우리가 잘 대응했는지, 또 (난민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돌아봐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제주 예멘 난민 논란’이 우리 사회에 악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다. 이 의장은 논란 덕분에 우리 사회에도 난민이 있다는 것을 알린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전에는 난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난민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는 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제주에 온 예멘인들이 공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 남겨진 화두는 ‘난민법 개정’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019년 주요 업무계획’으로 난민신청제도의 악용을 방지하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23일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가 개최한 테러대책실무위원회에서 법무부는 ‘남용적 반복신청을 막기 위한 심사 적격 결정 제도 도입,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에 대한 불인정결정 절차 신설’ 등을 포함해 난민법을 개정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무부 개정안이 난민에 대한 보호보다는 신규 진입을 막는 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장은 “법무부의 개정안에는 난민신청자와 제도 오용자를 어떻게 하면 줄일지에 대해서만 포함돼 있다”며 “심사를 공정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수정 중인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정부기구(NGO)와 국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며 “양쪽을 다 반영해야 하므로 아직 (개정안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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