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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가 용서받는 사회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19-06-15 13:30:00 수정 : 2019-06-15 1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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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고독한 나라다.

약 30년 전만 해도 ‘나홀로 문화’는 일본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혼자 하는 문화가 확산했고 그 후 사회와 기성세대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모습이다.

 

◆독신자가 살기 편한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홀로 문화가 정착했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도 못 미친다.

 

일본 식당에 가면 “혼자 신가요?”라는 말로 손님을 맞이하고 점원은 “손님 한 분”이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이러한 모습은 30여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시 여성들에겐 혼자 식당에 가거나 여행하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 혼자라면 ‘어딘가 문제 있는 여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이를 여성들도 의식해 혼자 하는 걸 멀리했다.

 

예를 들어 이 시대 여성들은 혼자 ‘여관(온천 등 휴양지에 있는 일본 전통여관, 한국 여관과는 큰 차이가 있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일부 여관 주인들이 혼자 찾아온 여성 손님을 ‘사정이 있다’고 생각해 입실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붕괴 후 자살률이 급증했는데 여관서 극단적인 선택이 많았던 이유가 한몫한다.

 

이런 사회적 모습은 2000년대를 지나 하나둘 사라져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혼자 하는 여행이나 맘 편히 식사할 수 있고, 최근에는 나홀로 시대에도 금기처럼 여겨졌던 ‘야키니쿠(불고기)식당’을 비롯해 ‘가라오케(노래방)’도 1인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 독신 시대가 찾아오면서 독신자가 살기 편한 나라가 된 것이다.

 

◆나 혼자가 편한 이유…원하는 것들을 능력만큼

 

해외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히가시 요코는 ‘혼자가 편한 이유는 원하는 것을 능력만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3500여명의 일본 독신남녀에게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한다고 치면 언제 어디서 어떠한 일을 할지 상대와 조율해야 한다. 다행히 상대와 생각이 비슷하면 조정이 쉬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직장이나 가정 등 성인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나혼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군가와 상의할 필요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훌쩍 떠나면 그만이다. 배려나 고민도 필요치 않고, 온전히 ‘나’를 중심으로 모든 걸 계획할 수 있다.

 

그는 “혼자라면 어딘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며 “‘누군가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독신일 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시시한 거짓말

 

히가시 요코는 해외와 일본 생활의 차이는 “시시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서 태어나 해외에 사는 그는 “때론 사람들 관심이 부담스러워 거짓말한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그가 혼자일 때 “왜”라고 이유를 묻는데, 그는 “마땅히 설명할 말이 없으면 ‘친구를 만난다’는 거짓말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만난다’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거짓말은 상대를 안심시키기에 좋다”면서 “일본이나 해외나 거짓말하면 사람들과 멀어지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 후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일본에서의 거짓말은 상대와 ‘거리감’이 생긴다는 뜻이고 해외에서의 거짓말은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나 혼자’가 용서받는 사회

 

히가시 요코는 “일본은 혼자임을 허락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는 “해외에서 나홀로 문화가 적은 건 일본처럼 ‘공기를 읽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기를 읽는 문화’란 분위기에 맞춰 행동한다는 말이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없어서 “분위기를 신경 쓸 필요 없고 이에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유롭다”는 경험을 전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혼자하는 시간을 방해받지 않아 남을 의식해 애써 핑계 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혼자 있는 걸 허락한다”며 “일본 독신은 그래서 행복하다. 혼자일 때 ‘나답게(꾸밈이나 숨김없는 모습)’ 생활하면 행복한 독신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찌 됐든 혼자는 외롭다”고 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M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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