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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재개봉 순항 중 '이웃집 토토로'가 소환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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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5 14:00:00 수정 : 2019-06-14 17: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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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개봉 2주차 현재,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뒤이어 개봉된 ‘알라딘’(감독 가이리치)과 ‘엑스맨: 다크 피닉스’(감독 사이버 킨버그), ‘맨 인 블랙: 인터네셔널’(감독 F.게리 그레이)까지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에 오른 영화들은 여러모로 화려하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영화가 있다. 바로 ‘이웃집 토토로’다. 현재 상영 중인 ‘알라딘’처럼 애니메이션에서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된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그 ‘이웃집 토토로’다.

 

지난 6월 6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8년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1988)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재개봉돼 첫 주말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오늘은 ‘이웃집 토토로’를 통해 떠오른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관련된 기억들을 좀 적어볼까 한다.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에서 개봉되었던 1988년 즈음에 국내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당시는 국내에서 일본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를 합법적으로 접할 수 없었다. 해방 후 꽤 오랫동안 일본 대중문화상품들이 수입, 유통되지 못했는데, 사실 법적 근거가 명확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으로 사실상 금지가 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일본 대중문화가 국내에 합법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였다. 1998년 10월 김대중 정권은 전격적으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발표했고, 이후 단계별로 일본 영화, 음악, 방송, 출판물 등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다.   

 

당시 찬반양론이 거셌된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8년이면 한국영화가 흥행 면에서 고전하던 시기였다. 요즘처럼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절반가량이 한국영화를 보는 시절이 아니었다. 

 

대규모 흥행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첫 한국영화로 평가되는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1999년에 개봉됐다. 뒤이어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가 ‘쉬리’의 흥행 기록을 깨는 것은 2000년의 일이었다. 

 

1998년 개방 당시 ‘재패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두려움은 더더욱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소문으로만 듣거나 저 화질 비디오테이프 등 어둠의 경로로 영화를 보아왔던 이들의 기대도 컸다. 걱정과 기대가 혼재했던 한국 영화계였다.   

 

그런데 1998년 당시 기준으로도 10년 전 영화였던 ‘이웃집 토토로’는 몇 년이 더 지나야 국내에서 개봉할 수 있었다. 

 

1998년 10월 1차 개방 대상 일본영화는 한일 합작 영화나 칸, 베를린, 베니스, 아카데미 등 4개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1999년 2차 개방을 거쳐, 2000년 3차 개방 단계가 되어서야 ‘이웃집 토토로’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개봉될 수 있었다.   

 

먼저 개봉된 것은 미야카티 하야오 감독의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였다. 2000년 12월 30일 개봉됐는데, 서울 관객 6만 여명을 동원했다. 뒤이어 2001년 7월 28일 드디어 ‘이웃집 토토로’가 개봉됐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보다는 더 많았지만 약 13만명의 서울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2010년까지는 국내 영화관 입장권 전산망이 통합되지 못해, 당시 연감을 통해 서울 관객만 확인이 가능하다.)

 

 

사실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따로 있었다. ‘이웃집 토토로’보다 약 3주 앞선 7월6일 개봉된 ‘슈렉’(감독 앤드류 아담슨, 비키 젠슨)이 그 주인공이었다. 말하자면 따끈한 신상 미국영화에게 약 13년 묵은 일본영화는 강력한 경쟁 작은 아니었다. ‘슈렉’은 당시 서울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했고, 이는 미국 외 국가 중 10위 안에 드는 흥행 기록이었다.    

 

2019년 6월 현재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어느새 익숙해진 재개봉 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보며, 1998년 일본대중문화개방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았다. 당시 산업적, 문화적 차원의 우려와 기대가 혼재 상황이었는데, 현재까지 일본영화의 국내 점유율은 당시 우려가 민망한 수준이긴 하다. 

 

2018년 상영작 기준 일본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1.3%로 한국영화 50.9%, 미국영화 45.0% 대비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치솟았고,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의 쏠림 인기 속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영화가 지속적으로 대규모 흥행을 거두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더 이상 일본영화가 법적, 정책적 차원으로 금지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 의미가 크다. 늘 강조하는 대로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물론 이런 자유는 누려야 더 의미가 클 것이다.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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