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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축구서 ‘29대28’…62번째 키커에 엇갈린 ‘승부차기’ 운명

입력 : 2019-06-13 14:47:32 수정 : 2019-06-13 14: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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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 유채구장.

 

이날 제24회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에서 청주 대성고와 만난 용인 태성FC 선수들은 전후반 80분(고교는 각 40분)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태성FC가 먼저 차고, 나중에 대성고 선수들이 차기로 순서가 정해졌다.

승부차기 최종 스코어 29대28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고 제24회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태성FC 선수들. 박정주 태성FC 감독 제공.

한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키면서 두 팀은 한 사람이 실축하면 곧바로 경기가 끝나는 ‘서든데스’로 돌입했다.

 

나온 키커들이 번갈아 가며 내리 골문을 출렁이자, 선수단 사이에서는 자칫 동료가 역적이 될 수 있다는 실축의 부담감이 점점 짙어졌다.

 

◆한 차례 실축하고 돌아온 순서에서 득점…1시간여 승부차기에 마침표

 

18번째 키커로 나선 태성FC의 최영훈(16)군이 부담을 이기지 못한 듯 결국 실축하고 말았다.

 

행운의 여신이 대성고에 미소를 던진다고 생각했던 순간, 대성고 선수가 찬 공이 골키퍼에 막혔다.

 

골키퍼까지 포함해 11명씩 찬 것도 모자라 7명이 더 찬 상황에서도 여전히 같은 점수가 전광판에 새겨졌다.

 

쥐 죽은 듯한 고요와 긴장감 그리고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속에 다시 1번 키커의 세 번째 순서가 왔고, 이들의 승부차기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의 마무리는 한 차례 실축했던 최군의 몫이었다. 31번째 키커로 나선 최군이 득점한 데 이어 상대팀 키커 공을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4강행의 주인공이 태성FC로 결정났다.

 

승부차기 최종 스코어 29대28. 1시간여 끈질긴 승부차기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2004년 전남 순천에서 열렸던 추계고교연맹전에서 동두천정보고와 대구공고가 1대1로 비긴 뒤, 30분에 걸친 승부차기에서 24번째 키커 운명이 엇갈리면서 경기가 끝났다. 공식적으로는 체코 아마추어 리그에서 양 팀 합쳐 52명이 승부차기에 나선 게 세계 최고 기록으로 알려졌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4강에 진출한 태성FC는 지난 12일 결승전에서 50년 역사의 경희고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축구부가 참가하는 무학기에서 ‘클럽팀’이 우승한 건 사상 처음으로도 알려지면서 이래저래 태성FC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1997년 창단한 태성고 축구부가 모태인 태성FC는 학원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변화하는 시류를 따라 지난해 학교 축구부 꼬리표를 뗐다. 선수 대부분은 태성고 학생이지만, 아닌 이들도 포함됐다.

 

◆공 돌린 감독과 선수들…기네스북 등재 가능성도

 

우승의 여운을 간직한 채 1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태성FC의 박정주(39) 감독은 “선수들을 끝까지 믿었다”며 “이번 승부차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 학성고와 한양대를 거쳐 부천SK(제주유나이티드 전신)에서 선수로 뛰었던 박 감독은 “11명 모두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것도 드문 일”이라며 “(선수생활까지 통틀어) 이렇게 오랫동안 승부차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심적 압박이 심했을 선수들에게 경기가 끝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승부차기는 하지 말자”고 당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하나의 장면을 만들고자 11명이 똘똘 뭉치는 스포츠”라며 축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최 군도 이날 통화에서 “두 번째 순서에서 골을 못 넣었을 때 우리가 지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골키퍼가 잘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오른쪽 수비수로 뛰며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를 자신의 롤모델로 꼽은 그는 대학에 진학한 뒤, 전북현대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축구계에 따르면 태성FC와 대성고의 승부차기 결과는 대한축구협회 논의를 거쳐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을 요청한 뒤,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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