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 6·12 1주년에 친서·조문·연설로 소통…교착반전 주목

김정은, 트럼프에 친서 전달…문정인 "대화 없는 상황서 새 가능성 열려"
김여정, 故이희호 여사 조의 전달하며 "남북간 협력 계속하길 바라"
文대통령 "6월 말 트럼프 방한 전 김정은과 만남 바람직"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12일 남북미 3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친서 전달과 공개, 조의 전달, 연설 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아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가 이렇다 할 직접 소통을 하지 못하며 협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나왔다.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름답고 따뜻하다"고 묘사한 점에 비춰 싱가포르 합의 이행의 의지를 비롯한 긍정적인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여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의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다.

적어도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핵 협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신뢰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면서 3차 정상회담을 향한 '톱다운' 외교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전에도 지지부진하던 비핵화 협상의 분위기 반전을 이끄는 신호탄이 된 적이 있다.

작년 11월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되는 등 북미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일 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서울에서 한 연설에서 이와 관련, "그동안 전혀 대화나 콘택트(접촉)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간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행사에 합류하기 위해 스웨덴으로 출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방문 계기에 양국 간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정례적 협의를 위해 스웨덴을 방문한 것"이라며 "원래부터 계획됐던 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보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교착상태이던 정세가 '김정은 친서'로 분주해지는 모습이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 박고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대미 압박 행보에서 벗어나 다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북한은 미국에게 새 계산법을 들고나오는 게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고 국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포스터를 게재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이날도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제2차 조미수뇌회담이 파탄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한은 고(故) 이희호 여사의 별세와 관련한 조의 전달을 계기로 남측과도 소통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이날 오후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남측에 전달하며 '이희호 여사님의 그간의 민족 간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의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강상태인 남북관계에서 당장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북한이 조문단을 서울로 파견하지 않은 데서 당분간은 지금의 소강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해외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열린 포럼에서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이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문답에서 '수주 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방한하게 돼 있는데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구체적 의중을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를 전달하고 북미가 접점을 찾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화답할지 주목된다.

한편에선 문 대통령이 2017년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 당시 내놓은 '베를린 구상'이 지난해 시작된 정세 변화의 초석이 됐듯이 이번 '오슬로 구상'도 정체된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