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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평화통일 위해 기도”…이희호 여사, 유언 남기고 ‘동지’ DJ 곁으로

입력 : 2019-06-12 06:00:00 수정 : 2019-06-11 23: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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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발인… 국립현충원 안장 / 여야 싸움 멈추고 일제히 애도 / 해외순방 文대통령 SNS에 애도글 남겨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지난 10일 밤 소천한 이희호 여사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 생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고 이 같은 국민의 안녕과 평화통일에 대한 기원을 유언으로 남겼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밤 소천했다. 향년 97세. 사진은 이 여사가 지난 2012년 3월1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상임이사는 11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여사가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이 같은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남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제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 사업을 위한 기금을 사용하라”고 전했다.

이 여사 장례의 공식 명칭은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여사 사회장’이다.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민주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맡는다고 김대중평화센터는 밝혔다. 장례위 고문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5당 대표가 맡았다. 발인은 14일이며 오전 7시 이 여사가 장로를 지냈던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예배를 한 뒤 장지인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이 여사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하게 임종을 맞았다고 김대중평화센터 박한수 기획실장이 설명했다.

 

◆"따뜻하고 강인했던 분… 민주주의·인권 유지 잘 받들 것"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하루 종일 조문객과 취재진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의 2남 김홍업 전 의원과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 등 유가족들은 이날 일찌감치 빈소에 나와 조문객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인 ‘동교동계’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과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등도 오전 9시쯤부터 빈소를 지켰다.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제원 기자

각계각층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빈소 앞 복도에 빽빽이 늘어섰다. 특히 식장 내부에는 문재인 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보낸 조화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빈소의 영정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본인이 직접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조문은 이날 오후 2시부터였지만, 모여든 동교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른 아침부터 조문이 이뤄졌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조문은 이날 밤늦도록 계속됐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빈소를 찾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이 여사께서 빨리 김대중 대통령을 다시 만나 아무 슬픔도 아픔도 없는 세월을 지내시길 간곡히 기도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의장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동교동계 소속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 총리는 오후에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어머니처럼 따뜻하시고 쇠처럼 강인하셨던 여사님께서 국민 곁에 계셨던 것은 축복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방명록에 쓴 것처럼 이 여사는 실제 어머니처럼 따뜻한 분이었다”며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이 여사 장례를)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1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차남 김홍업 씨와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문 대통령께서도 정말 애통해하시며 귀국하시는 대로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전하셨다”고 말했다. 노 실장의 조문에는 김수현 정책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국 민정수석,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동행했다.

 

여야 지도부도 일제히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당에서 김대중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을 김대중도서관과 함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여사의 분향소를 12일부터 장례가 엄수되는 14일까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할 계획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빈소를 찾고 “이 여사는 1세대 여성 운동가로서 여성 인권에 많은 역할을 하셨다. 이런 유지를 저희가 잘 받들겠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전날 이 여사를 문병한 권 여사가 이 여사에게 “여사님 좋으시겠다. 대통령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하자 이틀간 눈을 감고 있었던 이 여사가 갑자기 눈을 뜨는 등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독일에 체류 중인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도 이날 측근 이태규 의원을 통해 “역사는 어두웠던 시대의 맨 앞에서 민주주의 등불을 밝힌 이 여사님의 용기를 기록할 것”이란 내용의 조의문을 빈소에 전달했다.

 

종교계에선 법륜 스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법륜 스님은 “1980년대 많은 학생들이 감옥에 갈 때 여사님이 좋은 말씀과 위로를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文대통령 "여성 위해 평생 살아오신 위인 보내드린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 대해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 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저는 지금 헬싱키에 있다. 부디 영면하시고, (국내에) 계신 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모셔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여사님이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갔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 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 보다”며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환담장에서 이희호 여사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제1세대 여성 운동가다.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했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했다”며 “민주화운동에 함께하셨을 뿐 아니라 김대중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고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두 분(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여사) 이 만나셔서 얘기를 나누고 계실 것”이라며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이 늘 응원해 주시리라 믿는다.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고 했다.

 

미국도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 정부를 대신해 이 여사 별세에 애도를 전한다”며 “평화를 향한 그녀의 노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미·안병수·곽은산·박현준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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