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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美 삼권분립 시스템… 헌정질서 위기 논란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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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6 13:00:00 수정 : 2019-06-15 15: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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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입법·사법부와 ‘삼권대결’ 양상 / 의회의 행정부 견제 장치 무력화 시도 / 민주당 주도 의회조사 일절 불응 지시 / 권력분립 무시… 국정운영 원칙 훼손 / 주요 정책 발목 잡는 판결 잇따르자 / 하급법원 판사 권한 축소 작업 착수 / 무소불위 권력통합 추진에 비판 여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에 국가권력 운영의 핵심축인 삼권분립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의 모델 국가로 1787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 권력의 전횡을 막기 위한 삼권분립 통치 원칙을 채택했다. 입법, 사법, 행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게 삼권분립의 정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의회의 행정부 견제 장치 무력화와 사법부의 권한 축소 추진 등을 통해 행정부 우위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 통합을 추진하고, 의회와 사법부가 이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어 ‘삼권대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헌정 질서 위기 논란을 심층 진단한다.

 

사진=신화연합뉴스

◆트럼프의 월권

미국 폭스 뉴스 법률 분석가 앤드루 나폴리타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에 따른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저지주 대법관을 지낸 나폴리타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내린 행정명령이 모두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에게 의회가 승인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매하지 말고, 그 자금을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하라고 지시한 행정명령을 꼽았다. 나폴리타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군을 멕시코 국경에 파견한 것도 대통령이 미국 군대를 국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 규정을 위반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미국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추가 세금 납부를 요구한 것과 같아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그가 주장했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그 제품의 가격이 올라 미국 국민이 ‘연방 판매세’를 추가로 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파리스 루스벨트대 교수는 최근 시사 매체 ‘더 위크’ 기고문을 통해 “권력분립은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파리스 교수는 현재의 미국 대통령제 시스템에 대통령의 권력분립을 무시한 월권행위를 막을 장치가 근본적으로 결핍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면 의회가 견제에 나서야 하지만, 여야 간 치열한 당파 싸움으로 의회가 양분된 상태에서 대통령을 제어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의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수 있으나 탄핵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100명으로 구성된 상원에서 67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미국의 현 정국 구도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67석을 확보하는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법부는 의회와 행정부가 권력 투쟁을 할 때 중재자 또는 심판 역할을 하라는 게 미국의 헌법 정신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법관을 비롯해 주요 상급 법원의 판사는 대통령이 지명하면 의회가 임명 동의를 하는 절차를 밟아 임명된다. 이 때문에 백악관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상급 법원 판사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갈리게 마련이다. 법원이 공정한 중재자가 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회와 백악관의 혈투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했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의회 운영의 전권을 행사한다. 민주당이 하원의장과 모든 상임위원장, 소위원장을 독차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칼자루를 쥐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에 보장된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현직 관리들에게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 조사에 일절 불응하도록 지시했다.

민주당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 백악관 법률고문실의 전 보좌관 애니 도널선의 출석을 요구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백악관은 내들러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소환된 두 사람이 법사위에 백악관의 문서를 공개할 법적 권한이 없고, 이들 문서는 헌법 원칙에 따라 공개될 수 없는 보호 상태에 있다고 맞섰다. 힉스 전 국장은 자료 제출에는 응하되 소환에는 불응하기로 했다.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두 사람에게 의회 모욕을 결의하는 절차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친 로버트 뮬러 특검의 편집되지 않은 보고서 전체 본과 관련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의회 모욕을 결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이미 하원 법사위에서 통과됐고, 오는 11일 하원 전체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의회 소환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에게 의회 모독죄를 적용하는 대신에 소환장 집행을 강제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판사 권한 제한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자신의 주요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잇달아 판결하자 하급 법원 판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 연방 지법의 헤이우드 길리엄 판사는 트럼프 정부가 국방 예산으로 미국·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던 트레버 맥패든 뉴욕 연방법원 판사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연방 정부 예산을 지출하지 못하도록 일시 중단시켜달라는 요구를 기각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하급 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대법원이 결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보수 대 진보 대법관이 5대 4로 구성돼 있다. 특히 보수 성향의 클레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하급 법원의 권한 축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이 문제를 대법원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의회 전문지 ‘더 힐’이 최근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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