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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편가르기’ 강요에… 눈치 보기 들어간 韓 기업들

입력 : 2019-06-10 07:00:00 수정 : 2019-06-10 07: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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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기’ 시도 강화에 곤혹/ 中, 삼성·SK하이닉스·MS 콕 찍어/ “反화웨이 동참 말고 우리편 서라” 압박/ 국가발전위는 ‘안전관리 리스트制’ 준비/ “中기업 침해 외국업체 블랙리스트 관리”/ SCMP “中조치는 희토류 제한과 관련”/ 한국 기업들, 中 비중 높아 큰 피해 예상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줄 세우기’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적 경제전쟁으로 비화하면서 ‘편 가르기’ 시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변국과 세계 기업들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이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반화웨이 연대 동참 금지를 경고한 것은 무역전쟁 파장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국가 안보위협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기술 안전관리 리스트’제도를 준비 중이다. 통신은 “중국의 핵심적이고 선진적인 기술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튼튼한 보호벽을 세우는 것”이라며 “중국 기술을 이용해 중국 발전을 막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31일 ‘블랙리스트’제도 도입을 발표한 이후 두 번째 조치다. 상무부는 비상업적 목적으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美·中 손잡았지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이 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무역 이슈에 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이 사진을 올렸다. 므누신 장관 트위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가 희토류 공급 제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개위는 지난 4, 5일 이틀간 3차례 희토류 산업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중국 정부에서도 희토류 전략 무기화를 시사하는 등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중국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와 (부품 등의) 공급 중단에 반격하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국가기술 안전관리 리스트와 앞서 공개한 블랙리스트제도는 미국에 대한 같은 수준의 반격이 불가능한 중국이 미 동맹국과 주변국을 압박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문제는 삼성, SK 등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삼성의 5대 매출처 중 하나이고, SK하이닉스도 중국 비중이 절반에 가까울 만큼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롯데에 대한 보복을 직접 목격한 상황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본다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보복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업계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해 5월부터 진행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반도체 회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의 최대 분수령은 결국 오는 28, 29일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다. 한층 거칠어진 미·중 충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 주석 간 회동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고 언급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회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국제경제포럼 총회에 참석해 “미·중 관계가 붕괴(disruption)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럴 의향이 없고, 내 친구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향이 없다. 그에 대해 확신한다”고 밝혔다.

앞서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두 정상이 만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SCMP는 “양국 고위관리들이 협상을 재개해 무역전쟁을 종식할 기회를 차분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월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그 과정이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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