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모가 겪은 가정폭력, 자녀에 대물림 된다” [연구]

입력 : 2019-06-04 20:27:07 수정 : 2019-06-04 22:44: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보건사회硏 ‘학대 경험 연구’ / 부모 아동기 폭력피해 경험 점수화 / 7점 이상 80% 자녀도 학대 경험 / 9~17세 57% “부모·또래 학대 겪어” / 정서 학대 54%·신체 학대 30%

어렸을 적 부모에게 폭력을 당했거나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모가 됐을 때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피해가 전혀 없는 사람과 비교해 폭력을 행사한 비율이 3배 가까이 많았다. 가정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4일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 연구’ 보고서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 1515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과 현재 아동학대 경험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부모의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 점수는 0점부터 13점까지인데, 점수가 높을수록 학대나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본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부정적 생애경험이 전혀 없는 양육자는 20.7%였다. 전체 응답자의 79.3%는 1개 이상 경험이 있는 것이다. 1~3점이 44.8%, 4∼6점은 30.1%, 7점 이상이 4.4%였다. 부정적 경험은 가족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가 58.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 피해 경험 52.4%, 지역사회 폭력 목격 47.2%, 신체적 학대 피해 30.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아동에게 최근 1년간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점수가 높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0점인 부모의 아동 중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9.5%였다. 그러나 3점 집단은 64.5%, 5점 77.5%로 높아졌고, 7점 이상은 80.3%에 달했다.

부모를 대상으로 아동에게 폭력을 쓴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0점 집단은 27%인 데 비해 7점 이상 집단은 78.8%로 높았다.

부모의 폭력은 아동과 배우자를 가리지 않았다. 배우자 폭력 가해자 아동의 78.2%가 학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배우자 폭력 피해자인 경우에도 73.1%가 아동학대 경험이 있었다.

보고서는 만 9∼17세 1515명을 상대로도 학대 피해 경험을 조사했다. 전체 응답자의 57.4%가 부모나 또래 등으로부터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서학대가 53.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신체학대 29.9%, 방임 6.3%, 성학대 0.2%로 조사됐다. 학대 주요 행위자는 신체·정서학대, 방임 모두 1순위가 ‘모(母)’였다. 성학대 가해자는 또래친구였다.

신체적 폭력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린 경우(20.9%)나 손바닥으로 손, 팔, 다리 등을 때린 경우(19.9%)가 많았다. 막대기, 빗자루 또는 벨트 같은 도구로 엉덩이(9.5%)를 맞았거나 엉덩이 외 다른 부위(6.1%)를 맞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80.8%는 부모의 폭력이 ‘나를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53.4%는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부모의 신체적·정서적 폭력은 보통 아동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하며, 아동은 이를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며 “이는 아동 발달에 영향을 줘 폭력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물림을 끊기 위한 연구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아동학대가 근절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민법상 부모의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