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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래·자주하면 '게임중독'? "통제력 잃었는지도 확인해야"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6-02 14:00:00 수정 : 2019-06-02 10: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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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한 가운데, 어느 정도 게임에 몰입해야 중독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거나 자주 한다고 해서 게임중독이라고 판단할 순 없으며, 게임 빈도나 횟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는지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중독은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이상이 생긴 질환으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WHO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진단기준을 3가지 제시했는데요. 게임을 하는 시간이나 횟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삶에서 게임을 가장 우선시하거나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 등입니다.

 

다만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국내 진단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2022년까지 진단기준을 마련하고, 질병코드 도입을 준비한다는 입장입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WHO가 제시한 3가지 기준은 (뇌에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회로가 변하면서 생기는 뇌 기능문제"라며 "전 세계적으로 학계에서 인정하는 뇌 연구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임중독'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없어…정부 "2022년까지 기준 마련할 것"

 

게임중독 증상은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게임중독 증상은 워낙 다양하다"며 "정해진 시간보다 늘 게임을 오래 하거나 게임으로 인해 학교나 직장에서 갈등을 빚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게임중독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객관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의 걱정이 많아졌다면 한 번쯤 자신의 상태를 되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요.

 

특히 소아청소년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를 겪기 때문입니다.

 

뇌의 어떤 영역들은 연결망이 조밀해지고 정교해지는 데 반해, 어떤 영역들은 연결망이 오히려 약해지고 없어지기도 하는데요.

 

소아·청소년 시절에는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성숙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뇌는 점점 다양한 자극들을 추구하고 학습하려는 충동(sensation seeking)이 강해집니다.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생까지 게임중독이 많이 나타난다"며 "소아·청소년기는 두뇌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게임뿐 아니라 모든 중독에 취약한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중독 증세 자체보다 중독으로 인해 학업이나 또래와의 관계 형성 등 성장 과정을 놓쳐 나타나는 폐해가 크다"며 "증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우선 게임을 끊을 수 있도록 입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아·청소년기, 게임중독에 취약"

 

의료계는 게임중독의 질병 인정이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게임업계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한 이후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게임 관련 89개 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는데요. 이들은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문화와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게임중독에 대한 진단기준이 마련될 경우 오히려 게임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교수는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을 모두 환자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명확한 진단기준이 생기면 '내가 중독인가' 하는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 역시 "게임업계에서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를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게임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계는 게임중독을 게임 자체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업계의 주장에는 동의했으나, 그렇다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교수는 "게임중독은 게임뿐 아니라 게임에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 등이 문제라는 업계의 주장이 맞다"며 "WHO도 게임중독이 게임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렇다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알코올 장애 역시 술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지만 질병으로 보고 관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중독을 겪는 사람들이 실제 있는 만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예방과 관리, 치료해야 하는 필요성도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게임중독, 게임 자체만의 문제로만 보면 안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과 관련한 법·제도 정비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게임중독 질병분류'와 관련해 정부 부처별 입장이 엇갈리면서 이를 조율해야 하는 국무조정실의 역할은 물론, 당정 협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최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임위원회별 당정협의, 상임위 간 당정 연석회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WHO의 결정에 대해 국내 게임 산업을 진흥시키려는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부처 간 갈등 조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게임중독은 언젠가 터질 화산 같은 이슈"라며 "이번 기회에 잘 정리해 산업도 살리고 건강도 지키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리석은 부처 이기주의를 각별히 유념하라"며 "우리 당도 상임위와 소통하면서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 상임위별로 의견을 모을 계획입니다.

 

WHO 권고사항이 발효되기까지 충분한 시간(3년)이 남은 만큼, 섣불리 방향을 정하기 보다는 추후 이견 조율을 위한 기초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이달 5일쯤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중독 전문가를 초대해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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