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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덴마크 입양인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19-05-25 18:15:30 수정 : 2019-05-25 18: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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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외 누적 입양아는 총 24만8024명이다. 2008년까지는 ‘국외 입양’이 전체의 70% 수준이었지만, 이후 10년간 국내 입양 장려 정책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총 입양아 681명 중 303명(44.5%)이 국외 입양이었다. 이들 국외 입양아 303명 중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302명으로 거의 100%였다.

연도별 국내외 입양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국가·지자체, 입양 공적 책임 강화

 

정부는 지난 2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국가·지자체의 입양 책임 강화 방안이 포함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에 따르면 지자체가 입양을 고민 중인 친생부모를 찾아 양육에 필요한 경제·심리·법률적 사항을 지원한다. 출생일부터 일주일 후에 입양 동의가 가능토록 한 현행 ‘입양 숙려제’ 사전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예비 양부모의 ‘입양 전 사전위탁’을 제도화하고, 관련 절차와 입양 아동과의 친밀감 형성 등을 돕고자 ‘입양 휴가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기존 입양아 1명당 수수료 270만원을 입양 기관에 지원하던 것을 앞으로는 위탁 업무에 대한 기본 인건비와 운영비만 지원하는 체계로 손볼 계획이다. 입양의 수단 전락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와 지자체는 입양 절차 전반을 책임지고, 입양 기관 등은 실무를 수행함으로써 공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게 정부의 각오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한분영씨는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17년째 머물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인 그는 입양과 밀접하다는 이유에서 평소 미혼모 문제에 관심이 많다.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해 미혼모·입양인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다. 아래는 최근 인터뷰를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한씨의 이야기다.

홀트아동복지회가 1956년 12월 국외 입양을 위해 띄운 미국행 전세기 내부. 국가기록원 제공

◆어느 덴마크 입양인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내 이름은 한분영. 1974년에 한국에서 태어나 3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서류에 세 글자로 남았으니 이름이라 알 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었는지는 모른다.

 

‘부모님이 보고 싶다’거나 ‘가족을 만나고 싶어서’라는 답을 기대하며 입양인에게 ‘한국행 이유’를 묻기도 하는데 정작 입양인들은 그런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피부색이 달라 어려서부터 ‘인종차별’까지 겪은 탓에 마음의 안식처를 얻고자 한국행을 결정한 사람도 있어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은 입양인에게 큰 위로가 된다.

 

한국에 와서 말부터 배웠다. 지금은 사회복지를 공부 중이다. 아동·사회복지 문제가 입양의 근원이라 생각해 나중에는 공부한 것을 토대로 입양인뿐만 아니라 미혼모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한국에서 입양인 프레임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과거 일자리 원서를 냈던 지인은 다른 경로로 그가 입양인이라는 사실을 안 해당 기관이 손을 내저으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입양인이라고 밝히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은 때로 사생활 침해에 이르는 수준이어서 곤혹스럽다. 덴마크에서도 “언제 한국에 가느냐”며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만 물어보시면 좋겠다”고 답했더니 오히려 물어본 이들이 언짢아했다. 관심이라는 이유로 개인 이야기를 묻지만, 과연 그런 방향이 입양인 전체 생활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입양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한국인 관심이 더 커지면 좋겠다. 또 ‘입양인(人)’보다 ‘입양아(兒)’에 친숙한 사람도 있는데, 단어 선택에 조금만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 우리가 입양될 때, 아기였던 사실과 재회한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성인인데도 ‘어린이’로 보는 시선이 종종 있다는 의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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