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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에 쏠린 ‘우주의 눈’… 北核 24시간 촘촘한 감시 [심층기획]

입력 : 2019-05-26 07:00:00 수정 : 2019-05-26 09: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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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정찰 위성 운용 / 美, 적외선 카메라·SAR 이용 / 날씨·밤낮 관계없이 사진 촬영 / 영변 핵시설 열기 탐지도 가능 / 러·일본도 뛰어난 해상도 자랑 / 민간 상업위성도 수백개 활동 / 수십㎝ 크기의 물체 식별 가능

지난 4일 오전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 호도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군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투입된 화력타격훈련이 실시됐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동해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같은 시각 수백㎞ 상공에 떠 있던 위성은 북한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되면서 배출된 연기 궤적을 포착·촬영했다. 위성이 찍은 이 사진을 미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를 통해 입수한 CNN 방송은 5일 이를 공개하면서 북한의 전술유도무기는 단거리 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핵화 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발사 위치, 로켓 발사 흔적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은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가 북한이 선전물에서 보여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꺼내든 ‘카드’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군·정보기관부터 민간 회사까지 ‘위성정찰’ 올인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가 공개한 위성사진은 ‘우주의 눈’이라 불리는 수많은 위성이 한반도 일대를 감시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정찰위성은 우주 공간에서 날씨 변화와 관계없이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 광학 카메라만 사용했던 과거엔 구름이 끼어 있거나 밤이 되면 촬영에 제약이 있었지만 적외선 카메라나 전천후 영상 레이더(SAR) 등을 추가로 운용하면서 밤낮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앞다투어 위성을 띄워 한반도를 스캐닝하듯 촬영한 뒤, 원하는 지역의 이미지 정보를 추출·분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정찰위성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수개월 전부터 정찰위성을 동원, 북한 전역을 샅샅이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의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는 수백㎞ 상공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전설비의 열기를 탐지한다. 초고해상도 광학 카메라는 핵시설을 출입하는 차량과 화물, 인력 동향을 파악한다. 정찰위성의 활동을 통해 미국은 영변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핵시설이 가동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찰위성은 1992년 처음 발사된 KH(Key Hole)-12다. 해상도는 15㎝로 고도 600㎞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 600㎞에서 활동하지만 정밀감시가 필요하면 고도 300㎞까지 내려와 사진을 찍은 뒤 원래 궤도로 돌아간다. 현재 KH-12보다 성능이 훨씬 향상된 KH-13, 14가 운용 중이다. 미국은 위성에서 쏜 전파가 반사되는 것을 측정해 영상을 만드는 라크로스(Lacrosse) 영상 레이더 감시위성도 운용 중이다.

KH-12와 유사한 러시아의 코스모스(Cosmos)-2428 정찰위성은 최대 해상도가 20㎝에 달해 한반도는 물론 미국, 일본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살피는 역할을 한다. 일본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감시를 위해 광학 카메라 및 영상 레이더 탑재 정찰위성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최신형으로 분류되는 광학-5호는 해상도가 40㎝에 달한다. 중국도 다양한 종류의 정찰위성을 쏘아올리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민간 상업위성들도 한반도 상공에서 수십만장의 사진을 찍는다. 정보통신과 전자 기술의 발달로 제작비가 저렴하고 성능은 우수한 초소형 위성 수백개가 우주 공간에서 활동 중이다. 이 위성들은 수십㎝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이 위성들은 기업과 연구기관에 위성사진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운용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 위성사진 출처로 자주 등장하는 미국 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대표적이다. 위성사진을 사들여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사진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추출하는 벤처기업들도 있다. 과거 정보기관이 독점하던 위성사진 서비스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위성 외에 다양한 정찰장비도 쓰이고 있어

정찰위성과 더불어 정찰기나 신호정보(SIGINT·적 무선신호를 감청해 정보를 획득하는 활동) 수집기 등도 한반도 상공을 누비고 있다.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못지않게 북한 내륙에서 송수신되는 전파, 저고도에서 정찰기가 촬영한 사진은 북한 동향 파악에 필수적인 정보다.

미 공군의 RC-135V/W 리벳 조인트(Revet joint) 전자정찰기는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한반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정찰자산이다. 최근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수도권 상공 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RC-135V/W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전파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미사일 궤적을 추적해 발사 지점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RC-12 가드레일(Guardrail)은 휴전선을 따라 비행하면서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한다.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사용 중인 EP-3 에리스-Ⅱ(ARIES-Ⅱ)는 동·서해에서 주로 활동한다. 지상 감시장비와 대(對)잠수함 탐지 장비, 감청장비 등을 탑재하고 있어 선박들이 주고받는 통신이나 지상·선박 간 교신 내용을 감청하는 데 사용된다. 1990년대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자, 미국과 일본은 EP-3를 투입해 기지 동향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U-2 정찰기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이 한반도 상공을 수시로 비행하며 정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Y-9 전자전 항공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드나들며 우리 군과 미국, 일본에서 발신되는 각종 무선신호를 수집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Tu-95 전자전 항공기가 동해상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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