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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안 깎고 미래산업 유치… ‘광주형’보다 진일보한 '구미형' 일자리

입력 : 2019-05-20 19:21:24 수정 : 2019-05-20 20: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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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제2 ‘상생형 일자리’ / LG,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 110조 / 세계적으로 생산·판매 늘며 지속성장 / 1000명 고용 10년간 일자리 안정적/ 해외에 공장 지으려다 국내로 유턴 / 구미산단내 평균 연봉 3800만원 / 광주처럼 인위적 임금삭감 불필요 / “노조 협조 얻기 비교적 수월할 것”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배터리를 검사 중인 모습. LG화학 제공

지난 1월 첫발을 뗀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노조, 기업, 민간, 정부)’이 함께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낸 보기 드문 모델이었다. 인건비 문제 등으로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을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해주며 국내로 끌어들여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식이었다.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신규 채용을 늘리거나 인턴 등 임시직을 양산하는 기존 일자리 확대 방안과 달리 현 정부 정책기조인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토대로 한 성과였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는 생산 제품이 ‘내수용 소형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국내 경차시장의 한계가 커서다. ‘혁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지난 19일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언급한 ‘구미형 일자리’는 세계적으로 생산·판매가 늘고 있는 첨단산업 일자리를 국내에 마련하는 점에서 보다 진전된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형과 달리 ‘미래산업’ 유치

20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구미형 일자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가 현재 110조원에 달한다. LG화학은 지난 15일에도 볼보자동차그룹과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차세대 모델에 적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광주형 일자리는 글로벌 자동차그룹이 생산 조정에 들어간 디젤차인 데다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차를 대상으로 한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도입하는 광주 공장에서 내수용 소형 SUV를 매년 7만~10만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팔린 경차급 차종은 12만7000여대로 광주형 일자리에서 내놓게 될 생산량은 국내 경차 판매량의 80%에 달한다. 지난해 경차시장의 67.5%를 차지한 기아차(모닝, 레이)의 시장을 뺏어와야만 광주형 일자리의 생산라인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판매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기차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디젤에 국한된 상생형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형 합작법인의 현대차 지분(19%)이 작아 책임 경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 삭감 없는 기업 직접투자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LG화학 제공
LG화학이 주력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LG화학 제공

구미형 일자리는 미래산업을 국내 유치한다는 점에서 진전된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형과 달리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기업이 직접 투자해 법인을 세우기로 한 점도 진일보한 변화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선수주-후생산’ 형태로 만들어진다. 물량을 수주한 뒤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때문에 추후 판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LG화학이 지금까지 수주한 물량이면 향후 구미시 생산라인에 1000여명을 고용해도 10년간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형이 생산 후 판매실적이 다음 해 생산에 영향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와 LG화학은 구미형 일자리 근로자의 연봉을 동종업계와 동일하게 맞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당 관계자는 “광주형은 현대차 근로자의 연봉이 높아 이를 깎는 ‘임금 협력형’이었던 반해 구미형은 업계 평균을 맞춰 주며 대신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투자 촉진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김현권 의원이 공동 개최한 ‘대기업 유치와 구미형 일자리 토론회’에 참석한 이승희 금오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미형 일자리는 구미형국가산업단지의 연평균 임금인 3800만원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광주형 일자리처럼 임금 삭감을 할 필요가 없다”며 “노조의 협조를 얻기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투자 국내로 돌린 것도 성과

당초에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폴란드나 중국 등 해외에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해 초 폴란드 남서부 돌노스키에주(州) 브로츠와프 공장에 연간 8만대 규모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완공했다. 유럽 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브로츠와프 공장의 라인을 추가로 증설하고 있다.

경북 구미 공단 전경. 구미시 제공

구미형 일자리는 이렇게 해외로 나가려던 국내 대기업의 신성장 사업을 노사민정이 합심해 국내로 이끈 사례로 평가된다. 구미시는 지난 1월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수원 이전과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실패로 미래먹거리산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구미시의 주력산업인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각각 19.2%, 11.2%로 수출이 감소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아직 LG화학과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실무협상팀을 꾸린 상태는 아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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