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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남긴 ‘태양 흑점 빅데이터’ [뉴스 투데이]

입력 : 2019-05-21 06:00:00 수정 : 2019-05-20 18: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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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史에 서양에도 없는 천문 관측 기록이 … 천문연구원, 왕조실록 등 분석 / 240년 달하는 ‘장주기’ 밝혀내 / 기후변화 예측 등에 활용 기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역사에 남아있는 천문 관측 기록을 토대로 향후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백 년에 걸쳐 쌓인 빅데이터가 현대인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사의 1151년 3월 흑점에 대한 기록.(왼쪽 사진) 흑점을 ‘흑자(黑子·붉은 원)’로 표현하며 “해에 흑점이 있는데 크기는 계란만 했다”고 기록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은 양홍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흑점에 대한 55개 기록을 근거로 태양의 활동주기를 연구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11년과 60년 주기 외에 240년에 달하는 장주기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상과 태양-지구 물리저널’ 5월호에 게재됐다.

서양에서는 태양 흑점 관측이 17세기 이후부터 이뤄진 탓에 240년 장주기 활동에 대한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진 태양 활동의 주기는 11년으로, 이 주기에 따라 흑점 수가 많아지는 극대기와 적어지는 극소기를 반복하며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한국과 중국에는 12세기 이전부터 태양 흑점 관측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번 연구 자료로 활용된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는 흑점의 크기를 검은 점·자두·계란·복숭아·배의 5가지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크기는 곧 흑점의 활동 강도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기록 외에 중국 사서에 남아있는 흑점에 대한 기록도 함께 연구했다.

태양 표면 사진. 검은 부분이 흑점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태양의 활동이 지구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 위해 흑점에 대한 기록과 서리에 대한 기록을 비교했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는 서리에 대한 700여건의 기록이 남아 있다.

서리가 내리지 않는 ‘무상기간’이 짧은 해일수록 연평균 기온이 낮아지는데, 이것이 태양의 흑점이 늘어나는 시기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40년 주기로 태양의 흑점이 늘어난 때에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급격하게 하강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 박사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역사기록이 현대과학적 측면에서 매우 신빙성 있고,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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