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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여러분, 이제 ×됐습니다.” 미국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2015년 뉴욕대 티시 예술대에서 한 졸업식 축사였다. “의대와 법대를 졸업한 사람들은 다 취업한다. 그런데 여러분에게는 화려한 졸업식이 끝나면 수많은 좌절의 문이 열릴 것이다. 오디션, 취업면접 등 수많은 낙방이 기다리고 있다.” 뜬구름 잡는 듯한 축하의 말 대신에 고통스러운 체험적 실상을 전한 것이다.

미국 학교는 우리와 달리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그래서 여름 휴가 전인 5∼6월에 졸업식이 몰려 있다. 종종 명연설이 나온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하 연단에 섰다. “안주하지 말라. (불가능이라 해도) 바보처럼 (꾸준히) 하라.” 간결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졸업생들의 심금을 울렸다. 인생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웅변이 사회 초년생들의 가슴에 꾹꾹 새겨질 것으로 기대됐기에 사립 명문대가 대학 중퇴자인 그를 연사로 초청했을 것이다.

거부당하는 연사도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어제 인디애나주 테일러대에서 축사를 하려고 연단에 올랐다가 낭패를 봤다. 일부 졸업생과 교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 주지사 출신인 펜스가 금의환향했지만 동성애 차별적인 그의 정치적 행보에 반발한 것이다. 식장 분위기는 식기 마련이다.

졸업식장을 환호의 도가니에 빠트린 연사도 있다. 사모펀드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F 스미스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대에서 졸업식 축사를 했다. 그는 “졸업생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했다. 이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그가 400여명이 빌린 학자금 477억원을 대신 갚겠다고 하니 상당수가 꾸벅꾸벅 졸던 졸업식장 분위기가 일순간 살아났다. 졸업생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쳐댔다.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나중에 여러분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바랍니다.” 사회에 첫발을 떼는 청춘들에게 도약대가 됐을 것이다. 바늘구멍 같은 구직 터널에서 좌절하는 한국 청춘들에게도 이런 마약 같은 축사를 해줄 연사는 없을까.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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