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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1000명, 정신과 의사 8명…'구멍' 난 치료감호소 [심층기획-'조현병 범죄' 예방 인프라 열악]

입력 : 2019-05-20 23:00:00 수정 : 2019-05-20 2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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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김성수 등 ‘묻지마 살인’ 국민 불안 / 국내 유일 공주감호소 수용자 1000명 / 정신과 의사 8명… 1인당 180명 치료 / 법엔 1명당 60명 규정… 정부가 법 위반 / 日, 의사 1명당 8명… 美는 250곳 운영 / “국민 안전위한 치료감호 환경 개선을”

검찰은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 일어난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에 대한 감정유치영장을 발부받아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에 정밀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는 통상 1개월이 걸린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저지른 김성수(30)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정신감정을 신속·정확하게 실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이러한 ‘조현병 범죄’ 또는 ‘묻지 마 살인’ 등 강력사건이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이들 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의 중요성도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치료감호소는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허덕이며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왼쪽)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 연합뉴스

◆수용자 1000명인데 정신과 의사는 고작 8명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치료감호는 단순히 범죄자의 정신건강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향후 사회복귀 시 재범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이를 국가 주도로 시행하는 이유는 장차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범죄자에 대해 국가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987년 11월 충남 공주에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소를 열어 운영 중이다. 500병상 규모로 출발한 치료감호소는 현재 1200병상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문제는 외형은 커졌지만 정신과 의사 부족 등 여건이 열악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치료감호소 수용 인원은 2009년 828명에서 2012년 1046명으로 1000명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수용 인원은 1086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치료감호소에 근무 중인 의사는 11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정신과 의사는 8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신과 의사 1명당 맡은 환자 수가 135.75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는 의사 1인당 180명으로 부담이 더 커졌다고 한다.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제대 이동우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심리치료에서 핵심은 의사와 심층 면담을 계속 반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의사 한 사람이 봐야 할 환자 수가 100명이 넘어가면 꿈도 못 꿀 상황이다. 실제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건강보건법은 입원환자 60명당 정신과 의사 1명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사업정지, 또는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부처인 법무부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의사 1인당 환자 8명…“실태 개선 시급”

법무부는 의료진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사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해 의료수가가 대폭 인상된 뒤부터는 정신과 의사가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감호소가 격오지라서 근무를 기피하는 부분도 있고, 일반 환자가 아닌 범죄자를 상대하는 일이어서 오려는 사람이 더 없다”고 덧붙였다.

인력이 없다 보니 검찰이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검사는 “예전에 피의자를 보내겠다고 하면 치료감호소에서 ‘자리가 없으니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며 “여성 수용실은 다 차서 안 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취임한 조성남 치료감호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용 인원이 과밀화하다 보니 감정 의뢰를 자제해 달라는 얘기가 과거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감정 병동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60명인데 한 달간 이들을 살펴보려면 다른 환자들을 신경 쓸 수 없을 만큼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 선진국은 정신질환 수용자 치료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미국은 2012년 기준 43개주에 250여개 정신보건법정을 세우고 필요하면 범법자에게 강제 치료를 명령하고 있다. 정신질환 수용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주립병원의 2015년 3월 기준 직원 수는 1950명으로 수용자 1058명보다 많다. 독일도 베를린 전문사법정신병원의 직원 수와 수용자 비율을 1대1로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5년부터 시행된 의료관찰법에서 의사 1명당 환자 수를 8명으로 못 박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신질환 범죄자의 정상적 사회복귀를 도와 국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치료감호 환경개선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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