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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검사와의 대화' 출연자 "노무현은 쿨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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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0 23:00:00 수정 : 2019-05-21 09: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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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불이익 없었지만…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은 안 좋은 인상 가졌을 것" / 2017년 8월 검사장 승진 누락 후 지청장을 끝으로 검찰 떠나 변호사 활동 / "文정부 들어 청와대가 직접 중앙지검장 인사 단행한 것은 검찰청법 위반"
2003년 3월9일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은 ‘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젊은 검사들과 만나 솔직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 ‘검사와의 대화’는 대다수 전·현직 검사들한테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방송 직후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 검찰을 향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방송에 직접 출연해 노 전 대통령한테 ‘쓴소리’를 했던 전직 검사가 “노무현은 쿨한 분”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끈다. 2017년 부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이완규(58·사진)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이 변호사는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 나가 쓴소리를 한 것 때문에 찍힌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노무현은 ‘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평검사 시절이라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 하지만 족쇄처럼 따라다녔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에게 안 좋은 인상을 가졌을 것이다.”

 

이완규 변호사

참고로 검사와의 대화에는 노 전 대통령 외에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도 참석해 발언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은 검찰 담당 비서관의 자격으로 배석했다.

 

이 변호사의 예상대로 문 대통령은 검사들한테 ‘안 좋은 인상’을 가졌다. 2011년 펴낸 자서전 성격의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당시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검사들의 태도를 꼬집으며 “목불인견(目不忍見·눈으로 차마 참고 볼 수 없다)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일갈했다.

 

당시 이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무슨 과격한 발언을 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검찰인사심의위원회를 설치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비교적 온건한 건의였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2017년 8월 검찰에 사표를 낸 뒤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공정한 검찰 인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사와의 대화’ 참석자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며 “그때 그런 장치가 도입됐었다면 검찰이 현재와 같이 비난받는 모습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부연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쿨한 분’이라고 평가한 이 변호사는 현 문재인정권의 검찰 인사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검사이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이영렬 검사는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각각 임명한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했다.

 

2003년 3월9일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한 검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이완규 당시 검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찰청법에는 검사의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청와대가 검찰 간부 인사를 직접 발표한 적은 없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의 경우 회식 자리에서 후배 및 부하 검사들한테 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돌렸다는 이유로 감찰조사에 회부됨과 동시에 초임 검사장을 위한 자리인 고검 차장으로 좌천되는 인사상 불이익도 입었다.

 

이 사안으로 검사장에서 해임되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한 이 전 지검장은 법원에서 “정부의 해임 처분은 무효”라는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역시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청와대나 법무부의 어느 관계자도 이제껏 “잘못했다”고 사과한 적 없다.

 

이 변호사는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법치주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내가 순진했나” 하고 탄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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