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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아니라고… 고교 ‘성평화’ 동아리 해체위기 [이슈+]

입력 : 2019-05-20 06:30:00 수정 : 2019-05-20 0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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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여초카페에 글 오르고 지도교사 관둬”
서울 관악구 A고교 학생들과 한국성평화연대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낙성대역 2번 출구 앞에서 ‘성평화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성평화연대 제공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性)평화’를 지향하는 동아리가 해체될 위기에 놓여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은 성평화가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을 강탈했다”고 주장한다.

 

19일 서울 관악구 A고교 학생들과 시민단체 한국성평화연대에 따르면 이 학교 남녀 학생 6명은 올해 3월 교내 성평화 자율동아리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남녀의 성평화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모인 이 학생들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한 뒤 그 내용을 글로 적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한 인터넷 여초카페(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에 이 동아리의 글 캡쳐 사진과 함께 ‘성평화 동아리 부X떨고 앉아있노 ㅋㅋ’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논란이 일었다. 며칠 뒤 이 동아리의 지도교사를 맡은 사회 관련 과목 담당 교사가 지도교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이 교사가 페미니스트라며 “선생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우릴 ‘성차별적’이고 ‘양성평등 가치를 훼손한’ 집단으로 낙인 찍고 이를 교육청에 전달했다”고 했다. 해당 교사는 학생들이 추구하는 성평화 담론이 자신이 생각하는 성평등과 다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이 국민신문고 민원과 해당 교사의 말 등을 이유로 동아리를 없애려 한다는 게 학생들 주장이다. 학생들은 “동아리 글 중에서 어떤 부분이 양성평등의 가치를 훼손했고, 성차별적인지 말해달라”고 했으나 학교는 민원과는 별개로 지도교사 없인 동아리 운영을 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 동아리 학생들과 성평화연대 회원 등 30여명은 전날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2번 출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학생들이 성에 대한 이해를 페미니즘을 통해서만 해야하는 것은 ‘사상 독재’라고 생각한다”면서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이 묵살당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관련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이 학교 관련 청원은 지금까지 1300여명이 참여했다. 관련 글의 댓글들은 대부분 해당 교사와 학교,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을 응원하는 댓글도 상당했다.

 

일각에서는 지도교사 없이는 자율동아리를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교육부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 측은 이번 주 중으로 회의를 열어 동아리 해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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