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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文 "광주 피 흘리고 죽어갈 때 함께 못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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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8 18:00:00 수정 : 2019-05-18 23: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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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에게 부끄럽고 송구" / "5·18 부정하는 망언 외쳐지는 현실 부끄러워" / "5·18 진상규명에 정치권 힘 모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 발언중 복받치는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뉴시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망언'에 대해 독재자 후예라는 극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비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최근 5·18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거듭 밝혔다.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왼쪽부터).

이날 문 대통령의 망언 비판은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망언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2월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해당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우리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이런 '막말'은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발언인 만큼,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일부 정치인들이나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거나 소모적 논쟁이 계속된다면 이는 국민분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날 망언 비판은 5·18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 한 결코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직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꾸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다"며 "5·18 이전, 유신 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결국 5·18 진상규명 등에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며, 이에 역행하는 것은 '유신 시대·5공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 행동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는 진상조사규명위원회 설치를 국회 및 정치권의 과제로 제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 3명 가운데 2명에 대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명하지 않기로 한 바 있으며, 이후 위원회 출범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달라"라고 촉구했다. 5·18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은 물론 사회통합의 디딤돌인 만큼 이를 위한 정치권 전체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들에게 부끄럽고 송구하다고 했다. 이번 5·18 기념식을 찾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가 떨렸다. 문 대통령은 감정이 북받쳐 10초 가까이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참석자들은 이를 달래려는 듯 잔잔하게 손뼉을 쳤다. 이에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의 목소리는 여전히 울먹이는 듯했다.

 

당초 내년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등 내빈들이 18일 오전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 묘지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입장하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내 감정을 추스른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는 16분여간 5·18 유족 등 참석자들은 총 22번의 박수를 보냈다. 국회와 정치권에 5·18 진상조사규명위원회 출범을 촉구하는 대목에서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여야 5당 대표 회동 또는 일대일 영수회담 추진을 놓고 이견을 빚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도 악수했다. 문 대통령이 황 대표와 만나 인사한 것은 지난 2월 27일 황 대표 취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문 대통령과 황 대표는 지난 3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기념식을 지켜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어머니 이정님씨를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의 옆에는 5월 항쟁 당시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군부 진압에 저항하다 희생된 고(故) 안종필 씨의 모친 이정님 여사가 앉았다. 5·18 민주화운동 경과보고와 기념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이 여사가 눈물을 훔치곤 했고 문 대통령은 이 여사를 위로했다.

 

김정숙 여사도 이따금 눈물을 훔치면서 옆에 앉아 있던 유족과 슬픔을 나눴다. 5월 항쟁 때 가두방송을 했던 시민으로, 이날 기념공연의 내레이션을 맡았던 박영순 씨가 공연 후 무대에서 내려오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 씨의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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