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왜 왔느냐. 당장 물러가라."
제39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시작되기 30분 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태운 관광 버스가 도착했다. 5월단체 회원과 시민들은 곧바로 버스로 달려들었다.
황 대표는 버스를 에워싼 5월단체 회원과 시민들의 제지로 5분간 문을 열지 못했다. 이후 경찰의 도움으로 열린 버스 문으로 황 대표가 나왔다.
이 때부터 50여명에 둘러쌓인 황 대표는 경찰과 경호원의 도움 없이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주변의 시민들도 가세하면서 황 대표는 좀처럼 이동하지 못했다. 황 대표가 검색대를 겨우 통과한 이후에는 기념식 중계를 하는 대형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일부 시민들이 플라스틱 의자를 던져 경호원이 제지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걸어서 2분 거리였지만 시민들의 제지로 기념식장까지 가는데 20분이 걸렸다. 이 20분 동안 황 대표는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시민들은 "황교안 오지마", "황교안 물러가라"며 피켓을 던지거나 거칠게 항의했다.
'5·18 진상규명 처벌법 제정' 피켓을 든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가 향하는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또 '오월단체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5월관련 단체는 민주의 문 앞에서 '5·18왜곡 처벌법 가로막는 자유한국당 즉각 해체', '5·18역사왜곡 처벌법 즉각 제정' '5·18진상조사위원회 즉각 가동'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했다.
겨우 기념식장에 도착한 황 대표에 대한 항의는 멈추지 않았다. 오월가족 시민들이 일어서서 "황교안 왜 왔냐, 물러가라"고 외쳤고, 일부 오월가족 어머니는 오열했다.
황 대표는 식순에 따라 제창한 '오월 광주'를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나란히 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는 행진곡이 연주되는 내내 주먹을 쥔 오른손을 어깨 아래에서 위아래로 흔들며 입을 조금씩 벌리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홀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황 대표는 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 황 대표가 분화·헌향을 위해 추모탑으로 이동할 때도 시민단체 회원들은 그를 에워싸고 격렬히 항의했다. 이들은 "사과해", "물러가라",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황 대표는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인파에 갇혀 있다가 결국 분향도 못한 채 경호팀의 도움으로 추모관을 통해 간신히 빠져나갔다. 황 대표에게는 혹독한 하루였을 것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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