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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방글라데시서 찾은 한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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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7 23:30:58 수정 : 2019-05-17 23: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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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민족자치에 대한 열망,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 깊은 역사와 풍부한 문화, 정 많고 친절한 사람들, 높은 교육열, 가족 중심 사고 등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잘살아보자’는 열망이었다. 지난달 현지 관광청 초청으로 열흘간 다녀온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의 1960∼70년대를 떠올렸다. 전후 혼란을 막 수습하고 고속성장의 기치를 올리던 우리 아버지들의 시간 말이다. 외국 기자들에게 자국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방글라데시인들의 열정은 뜨겁다 못해 불타올랐다. 연평균 7% 성장률의 힘이다. 투명성·효율성에서 극복할 점이 아직 많지만, 방글라데시는 지금 전쟁의 상처와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한창 성장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주형 외교안보부기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2019년을 관광산업 발전 원년으로 선포했다. 왜 관광일까. 부본 비스와스 방글라데시 관광청장은 “다른 산업은 모두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개발도상국에 비교우위가 있는 노동집약 제조업의 시대에 성장한 한국은 운이 좋았던 셈이다.

 

1960∼70년대 한국에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류상영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냉전 질서는 한국의 성장을 전적으로 이끈 것은 아니지만 적잖은 역할을 했다. 태평양에서 반공의 최전선 역할을 한 한국에 미국은 경제원조를 제공했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 분업 질서에 편입되면서 수출 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냉전 질서는 다른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갖지 못한 성장요인을 한국에 제공한 것이다.

 

냉전 질서가 희미해지며 미·중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로 새로운 아시아 패권 전쟁을 시작했다. 남아시아 국가들도 냉전 시기 한국처럼 양면적 기회를 만났다. 중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아시아 이웃들과 협력하는 독립된 아시아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인도를 직접 대상으로 하고, 방글라데시 등 주변 아시아 국가를 포괄하는 신남방정책은 이 고민의 산물이라고 알고 있다. 아시아 협력은 현 정권의 전유물이라기보단 시대적 요청에 따른 변화인 것이다.

 

그 길에서 한국은 아시아 이웃들과 관계 형성 중이다. 방글라데시에 다녀온 뒤, 새로운 아시아 구상에서 신시장 개척, 북핵 외교 우군 형성 등의 기대 효과 외에 역사·문화적 유대감 형성과 이를 통한 공통의 가치 확립에는 얼마나 주목했는지 돌아봤다. 서로를 견제하는 게 본질인 미·중의 아시아 패권 전략과 달리 한국의 아시아 정책은 그들의 문화 자체에 더 주목하고, 우리와의 유사성을 통한 유대감을 찾을 때만 이니셔티브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협력 구상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역내에서 조직적 네트워크, 즉 ‘가치 사슬’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서로간의 유대감을 통한 결속으로 더 확고해진다.

 

한국은 미국도 중국도 아니다. 1950년대 기시 노부스케 총리 주도 하에서 이미 남아시아 외교 다변화를 시작한 일본보다도 한참 뒤져 있다. 불모지에서 조금 더 먼저 성장한 경험과 문화적 공감대, 미·중·일이 갖지 못한 중진국으로서의 친근함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하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방글라데시인들이 보여준 우정이 가르쳐 준 것이다.

 

홍주형 외교안보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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