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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조의 ‘酒피소드’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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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8 09:00:00      수정 : 2019-05-17 20:13:17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과 신하가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왕 중에서 최고의 애주가를 뽑는다면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수양대군, 바로 세조다. 최고의 애주가라고 할 만큼 신하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중 주사를 부려 죽을 뻔한 신하, 의심받아 암살당할 뻔한 신하, 그리고 아예 사형당한 신하를 소개한다.

세조에게 야자타임을 건 학자가 있었다. 우리 문학 사상 최초의 한글 시 ‘용비어천가’를 지은 ‘정인지’다. 그는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계유정난의 1등 공신이다. 정인지에 대한 세조의 신뢰도 특별했는데, 문제는 그가 술이 무척 약해서 사고를 자주 일으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조 4년(1458) 경회루에서 대소신료를 불러 양로연(養老宴)을 베풀었던 일이었다. 이때 정인지는 세조를 면전에 두고 역사에 남을 말을 남긴다. 바로 최고 권력자 세조에게 “너[汝]”라고 한 것. 중신들은 처벌을 간청했으나 의외로 세조가 일축을 한다. 하지만 세조는 “늙은 영감이 그랬는데 뭘 그러냐”라며 넘어간다. 21살이나 나이가 많기도 했고, 이미 퇴역한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살린 것이다.

수양대군(세조)의 계유정난을 도운 공신 정인지와 신숙주는 왕과 가진 술자리 때문에 죽을 뻔한 신하로 유명하다. 사진은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

죽을 뻔했던 학자도 있다. 바로 배신의 아이콘처럼 말하는 ‘신숙주’다. 그는 정인지와 같이 훈민정음해례본도 만들었으며, 용비어천가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런 신숙주가 술자리에서 세조와 팔씨름을 하게 됐고, 결국 세조를 이겼다. 이를 지켜본 세조의 책사 한명회는 불안함을 느꼈다. 세조가 신숙주의 충성심을 의심하면 피바람이 불 수 있기 때문. 이에 한명회는 신숙주의 하인에게 집주인의 책과 등불을 모두 없애 놓으라고 했다. 이유는 그가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신숙주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은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조는 신숙주가 정말로 취해서 자신을 이긴 것인지, 반대로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자신을 이긴 것인지 확인하고자 사람을 시켜 그가 새벽에 일어나는지 보라고 했다. 신숙주의 방 불이 켜지지 않는 것을 전해듣자 신숙주가 만취했다고 생각, 이후 의심을 풀었다는 일화가 있다.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을 도운 ‘양정’이라는 인물이 있다. 수양대군의 정치적 라이벌인 김종서 장군을 철퇴로 내리친 인물이다. 계유정난 이후 2등 공신에 책록됐는데 1등 공신이 아닌 것에 늘 불만이 있었다. 이에 세조는 양정을 위해 잔치를 열지만, 양정이 술에 취해 씻을 수 없는 말실수를 한다. 바로 세자에게 왕위를 양위하라고 한 것. 세조는 당황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승지를 불러 왕위를 세자에게 물려주려 한다. 승지들은 이에 응하지 못하고, 결국 신숙주가 죽음을 각오하고 양위 사태를 말려서 무마된다. 양정은 결국 규탄을 받아 4일 만에 사형당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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