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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을 잡아라”…조단위 무기사업 경쟁 ‘점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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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7 14:00:00 수정 : 2019-05-17 14: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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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AW-159 해상작전헬기가 디핑소나를 수면으로 내리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 내 무기도입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외국 방위산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구매 이후 도입 규모가 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과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사업이 잇따라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도입 사업 중에서 항공 분야는 플랫폼 판매와 수십여년에 걸친 유지보수 및 성능개량 비용 지출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방산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 이유다.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과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역시 총사업비가 각각 1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에 따라 미국 보잉과 록히드마틴, 영국 이탈리아 합작사인 레오나르도와 스웨덴 사브가 사업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입찰 절차 시작된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방위사업청은 지난 2일 해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입찰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시, 10일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실시했다. 오는 8월 16일까지 사업참여를 희망하는 해외 방산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방사청은 지난해 6월과 10월 신형 해상작전헬기 12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공고를 냈으나 레오나르도만 제안서를 제출했다. 레오나르도는 해군이 2012년 8대를 구매한 AW-159 해상작전헬기를 제작한 회사다. 다른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고, 해군이 운용중인 기종이라 후속 군수지원과 정비, 조종사 교육 등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AW-159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해군 MH-60R 해상작전헬기가 착륙을 위해 저공비행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14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록히드마틴의 MH-60R을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공문(P&A)을 보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공문을 받은 방사청은 MH-60R 12대를 총사업비(약 1조원) 한도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입찰 방식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2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1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상업구매와 FMS에 의한 경쟁입찰로 사업방식을 변경했다. 

 

군과 방산업계에서는 레오나르도와 록히드마틴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對)잠수함 작전 등에 쓰이는 고성능 해상작전헬기를 새롭게 도입해야 하는 국가가 줄어들고 있고,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 해상작전헬기를 판매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추가 판매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AW-159는 해군에서 큰 문제 없이 운용중이며, 국산 청상어 어뢰를 사용해 국내 방위산업 진흥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속 군수지원 체계가 이미 구축되어 있어 비용 지출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추가적인 개조 작업을 하지 않아도 함정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린 잠망경을 비롯한 작은 물체도 탐지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측은 “한국의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는 확고하다”며 “향후 입찰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성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MH-60R은 미 해군이 사용하고 있어 성능개량과 유지보수 등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실전 운용중인 해상작전헬기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단점으로 지적됐던 높은 가격 문제만 해소되면 도입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MH-60R 20여대 구매를 추진중인 인도가 사업을 취소할 경우 대당 가격이 상승할 우려도 있다. 

 

◆조기경보기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

 

2020년대 중반까지 1조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 2대를 도입할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구매 사업은 군 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해외 방산업체들의 ‘탐색전’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업체는 스웨덴 사브와 미국 보잉이다.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산업(KAI) 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업을 수주했던 ‘동지’가 한국에서는 ‘경쟁자’가 된 셈이다. 

 

공군 E-737 조기경보통제기와 F-15K 전투기들이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브는 차세대 조기경보통제기 글로벌아이(GlobalEye)를 한국에 제안하고 있다. 브라질, 파키스탄, 태국 등에 판매된 에리아이 레이더 탑재 조기경보기의 성능을 높인 글로벌아이는 13시간을 비행할 수 있으며 대형 항공기는 약 650㎞, 전투기는 555㎞까지 추적 가능하다. 낮게 날아가는 미사일과 바다 위의 제트스키도 탐지한다.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위협비행이나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불법 해상환적 시도 등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가 3대를 주문한 상태다.

 

공군이 4대를 운용중인 E-737 조기경보통제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도 ‘시장 수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간 항공기 B-737에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한 E-737은 상부에 막대기 형태의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레이더 전파 방향을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어 360도 전방위 탐색과 특정지역 집중감시능력을 동시에 발휘한다. 360도 전방위감시 상황에서 탐지거리는 370㎞, 집중감시 상황에서는 740㎞ 떨어진 곳의 항공기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한국 외에 호주와 터키도 E-737을 운용중이다. 

 

다만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던 시기인 2015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레이더와 전기 계통 등에서 25건의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운영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서는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사업이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사업은 군 당국이 작성중인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면 예산 책정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 조기경보통제기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사브 제공

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요군인 공군은 원인철 참모총장이 지난달 16일 취임한 이후 작전사령관 등을 포함한 수뇌부 후속 인사가 최근까지 이뤄졌다. 새로 출범한 수뇌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사업 추진과정에서 기준이 될 군요구성능(ROC) 설정 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로 도입할 조기경보통제기가 2050년대까지 공군이 사용해야 할 장비라는 점에서 미래 전장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ROC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군 전력 증강 속도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제한된 정치적,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전력증강을 멈출 수 없는 것이 군의 속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사업도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공군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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