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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버스는 달리지만… 결국 ‘시민 주머니’ 터는 격 [뉴스분석]

의미와 과제/준공영제로 혈세 투입 대폭 늘어/ 지자체 관할 광역버스 중앙정부 관할로/ 적자 땐 국비 지원… 전국 3000여대 대상/ 전국 지자체 대부분 비용 압박에 시달려/ 서울시, 2004년 이후 보조금 3조7155억/ 노사 3.6% 인상합의로 올해 330억원 증가/ 난폭운전·불친절 등 시민 불만은 그대로/ 관리감독 안 돼 방만경영·도덕적 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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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5 19:38:10      수정 : 2019-05-15 22:42:38

준공영제 확대와 요금인상으로 버스 대란은 겨우 막았지만, 준공영제 도입으로 인한 재원 조달 방안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15일 국토교통부와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서울 등 8개 지자체가 도입 중인 준공영제 대상 버스를 늘리는 방식으로 버스기사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관할하던 일반광역버스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고, 광역직행버스(M버스)를 포함한 지자체 관할 모든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추진키로 했다.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민간회사가 적자를 보면 국비를 보조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광역버스는 M버스가 414대, 일반광역버스가 2547대로 약 3000대 규모가 준공영제 대상이 된다.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사당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 방법이다. 서울 등 재정 여력이 있는 극히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곤 지금도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자체 대부분이 매년 늘어나는 비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 등을 고려하면 적자 폭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는 기사의 노동조건 등 다방면에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을 들어왔지만, 이를 유지하는 데는 수천억원 규모의 세금이 쓰이고 있다. 버스운송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버스업체에 돈을 주고 있다. 2004년 1278억원을 시작으로 2009년 2900억원, 2014년 2538억원, 지난해 2932억원 등 지금까지 버스회사에 준 지원금은 3조715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그간 예산 부족으로 주지 못했던 지원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면서 5402억원이 버스 적자분을 메우는 데 투입됐다. 인건비와 차량관리비 등이 증가하면서 버스회사의 적자 폭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버스 노사가 올해 임금을 3.6% 인상하기로 하면서 서울시의 부담은 330억원 더 늘었다. 파업은 피했지만 시의 재정부담은 더욱 늘어난 셈이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보통 200억~300억원씩 매년 재정 투입이 늘어왔다”며 “적은 금액은 아니나 하루에 시민 400만명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버스 서비스에 대해 시에서 교통복지 차원에서 일정 부분 투자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은 이번 노사 합의로 준공영제 도입이 기정사실화돼 재정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창원시는 지역 시내버스, 마을버스 회사 등 14개 업체에 비수익 노선 적자 보전 명목으로 매년 300억원가량을 지원해왔다. 무료환승 보조금, 유가보조금, 저상버스 보조금 등 각종 지원금을 모두 합치면 연간 500억원 정도의 세금이 쓰였다. 그러나 난폭운전, 노선 부족, 불규칙 배차, 운전기사 불친절 등이 여전해 시민 불만이 많다. 준공영제가 시행되면 현재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준공영제는 세금을 투입해 버스회사에 적정이윤을 보장해 주지만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관리·감독권이 제한적이어서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서울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정착을 위한 제도화 타당성’ 보고서에서는 △적정차량 수보다 많은 수의 버스 운행 △표준운송원가 상승 △효과적이지 못한 경영효율화 인센티브와 감차유도 인센티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운행하지 않는 버스차량에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점 등 ‘깜깜이’ 재정지원이 문제다. 버스회사가 운영 효율화 노력을 하는지, 투명하게 운영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시의회 정진철 의원에 따르면 현재 시내버스 전체 65개사 중 38개사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외부감사인을 선임해 외부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38개사 중 27개사의 외부감사인이 법정제한기간인 6년을 넘겨 연속 수임하고 있고, 버스회사들은 외부감사인 선임 시 서울시 사전 협의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버스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수도권의 경우 최근 4년간 요금이 동결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일부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며 “어렵게 마련된 안정적 재원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14일 4종류의 시내버스 중 일반형 버스는 200원, 직행좌석형 버스(광역버스)는 400원 각각 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요금 인상으로 2000억원 이상 수익이 추가로 발생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임금갈등과 인력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서비스는 달라지는 것 없이 요금만 인상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61세 → 63세로 정년 연장… 복지기금 약속도

 

전국 지자체 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협상 타결과 파업 보류 결정으로 버스 총파업은 피했다.

 

15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 버스 노사는 임금 3.6% 인상과 2021년까지 정년 만 61세에서 63세로 단계적 연장, 이달 만료되는 학자금 등 복지기금 5년 연장 등 조건에 합의했다. 버스 회사가 적자를 내면 지자체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는 추가 예산 지원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천 버스노사도 전날 인천시가 중재에 나선 가운데 임금을 올해 8.1%, 내년 7.7%, 2021년 4.27% 각각 인상하고, 정년을 현 61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울산 버스 노사 역시 이날 오전 임금을 7% 인상하되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하고 내년부터는 정년을 현 만 61세에서 63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6월 말까지 5억원의 후생복지기금을 지급하고 입사 1년이 지난 이후부터 상여금을 지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부산 시내버스 노사는 3% 임금 인상과 교대근무를, 창원은 임금 4% 인상과 함께 준공영제 시행 후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3세로 연장, 공휴일·학자금 지원 확대에 합의했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기를 비롯해 충남·북, 세종, 대전, 강원 등 5개 지역 버스노조는 파업을 보류했으나, 정부 권고에 따라 향후 버스요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이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기도는 버스업체의 인력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 경감을 이유로 오는 9월부터 일반 시내버스와 직행좌석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400원 인상키로 했다. 반면 전남은 임금 인상 동결과 근무 일수 단축에 합의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결국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 버스업계의 파업을 막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모(49·전남 여수시)씨는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과 저녁이 있는 삶을 기조로 노동시간을 줄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을 혈세로 보전하는 결과만 낳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전국종합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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