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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곳곳 불교예술… 호국불교 중심지 위상 보여줘

입력 : 2019-05-06 21:00:23 수정 : 2019-05-06 2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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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 ‘불교 석조미술 연구’ / 한강 유역 지리적 중요성 힘입어 / 7세기 이후 사찰 건립 본격화 / 고려시대, 왕실 후원 받아 번성 / 조선 후기, 산성 축성 승군 주둔 / 승려 입지 커져 부도 건립 활발

문수봉, 보현봉, 의상봉과 원효봉 등은 불교와 관련된 이름의 북한산 봉우리다. 이 산이 오랜 세월 불교 신앙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산 일원에는 시대의 흐름과 다양한 정치·사회적 사건 속에서 많은 사찰이 건립되었고, 탑과 불상, 부도, 당간지주 등 다양한 미술품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문화재지’(52권)에서 용인시청 이서현 학예연구사는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 연구’를 통해 북한산이 삼국시대 이래 조선시대까지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그것이 북한산의 지정학적 위치, 교통로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분석해 눈길을 끈다.

마애여래좌상

◆북한산성 축성, 호국불교의 부흥

북한산에 사찰 건립이 본격화된 것은 7세기 이후로 추정된다. 태종무열왕이 659년 황산벌에서 백제군과 싸우다 전사한 화랑의 후손들에게 내린 장의사 등이 절터로 남아 있다.

삼국시대, 통일신라 시대의 북한산에 여러 사찰이 건립된 것은 한강 유역의 지리적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당시 서울지역이 신라의 수도 경주와 멀리 떨어진 변방이지만 서쪽으로의 진출, 교통로 확보 등을 위해 북한산이 가지는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했던 것이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청담사는 목종이 태후의 원찰로 삼았고, 향림사는 거란이 침입했을 때 태조의 관을 두 차례나 모셨던 곳이다. 왕실과의 관계 속에서 사찰이 운영되었던 경향은 조선 초기까지 이어진다.

조선 후기가 되면 북한산의 사찰 건립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장 중요한 계기는 북한산성의 축성이었다.

이 연구사는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도성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산성을 축조하기로 했고 1711년 10월 북한산성이 축성되었다”며 “이때 전국 사찰의 많은 승려가 축성과 방위에 동원되었고 승군이 주둔하는 승영사찰이 성내에 새로 건립되었다”고 밝혔다. 중흥사는 1713년 중창된 사찰로 승대장이 머물며 승영사찰을 총괄하는 곳이었다.

중흥사를 비롯해 10여개의 사찰이 중창, 창건되어 호국불교의 중심으로 역할을 했다.

성능대사의 것으로 전해지는 석조부도. 승군의 활약으로 승려에 대한 예우가 높아지면서 부도건립이 활발해졌다.

◆북한산 불교미술, 다양한 유형의 등장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은 유형별로 석조부도, 석탑, 마애불, 당간지주, 마애사리탑 등으로 구분된다. 조성 시기별로 보면 통일신라 1기, 고려시대 19기, 조선시대 18기, 근대 1기 등이다.

양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부도이다. 조선 후기 영·정조대에 이르면 문화융성기를 맞아 사찰들의 중창, 창건도 활발해졌다.

특히 승군의 활약에 대한 기억으로 이전에 비해 승려에 대한 예우가 높아졌고, 이는 부도의 건립으로 이어졌는데 북한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승영사찰 중창을 이끈 성능대사의 부도 등 여러 개의 종모양 부도가 전해지고 있다.

마애불 중에서는 승가사의 구기동 마애여래좌상이 주목된다. 통일신라 마애불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고려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북한산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자 가장 이른 시기의 불상이다. 화려한 연꽃무늬 대좌 위에 앉아 있고, 선정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은 불교 도입 이래 다양한 유형이 꾸준히 조성되었다”며 “새로운 도상과 유형이 등장하고 사례가 많지 않은 특징적인 양식이 등장한다는 점, 고려 후기와 조선 후기 부도의 건립, 조선 후기 불교신앙의 흐름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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