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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해진 연극무대… 가족과 함께 연극산책 어때요?

입력 : 2019-04-28 21:44:31 수정 : 2019-04-28 21: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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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탐사 ‘어떤 접경지역…’ / 민족 거대담론 ‘통일’ 실감나게 표현 / 올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뽑혀 / 신세계 ‘공주들’ / 위안부·기생관광 등으로 이어져 / 온 역사 속 ‘성매매체제의 연속성’ 비판 / 극공작소 마방진 ‘낙타상자’ / 베이징 인력거꾼의 인생역정 통해 / 1930년대 하층민 수탈 참상 그려 /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 사법부 비리 내부 고발자의 실화극 / 판사 출신 신평 변호사 에세이 각색

5월 연극 무대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오랫동안 준비한 연극 여러 편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선 고르고 고른 수준작 10편이 공연된다. 연극팬들에겐 선택의 고민이 큰 계절이 시작됐다.

극단 사개탐사의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여덟달 뒤 통일이라고?”

비무장지대 인근 어느 접경마을 제야의 밤에 갑작스레 “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남북은 통일한다”는 정부 발표가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선 “통일이 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이 싹튼다. 하지만 그동안 억제됐던 개발 광풍에 대한 기대가 욕망과 갈등으로 커지면서 온 마을을 뒤흔든다. 지난해 초연에서 경쾌한 연출로 호평받아 올해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뽑힌 극단 사개탐사의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줄거리다.

‘통일’이라는 민족 거대담론을 실감나는 현실의 문제로 풀어나가는 게 이 연극의 가장 큰 미덕이다. 통일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젊은층의 시각차, 빈부격차, 접경지역 난개발과 이권에 발빠른 대기업 행태 등을 소재로 사회 속 갈등을 끄집어내 ‘과연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서 수상한 홍지현 작가 원작을 “섬세하게 인간을 탐구하고 작품을 분석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혜선이 연출했다. 초연 당시 관객들로부터 “배우들의 호연과 드라마의 맛깔스러운 조화”, “있을 법한 가상 속에서 답답한 현실이 느껴졌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5월 3일부터 12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

극단 신세계의 ‘공주들’

◆공주들, “에잇 XX. 돈이나 오지게 벌고 싶다.”

역시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인 극단 신세계의 ‘공주들’은 구멍 공(孔), 주인 주(主)로 ‘구멍의 주인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도발적 제목의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공창제로 시작해 일본군 위안부, 주한미군 호스티스, 일본인 기생관광 등으로 이어져 온 역사를 ‘성매매 체제의 연속성’으로 읽어낸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가부장제, 민족주의, 자본주의의 체제 속에서 키워지고, 만들어지고, 이용되는 ‘공주들’이 바라본 최근 우리나라 100년사를 통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하는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고 묻는다.

두산아트센터 DAC 아티스트 출신인 김수정 극단 신세계 대표 및 상임연출은 환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공연을 고집한다. 초연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공연에선 현재 상황의 동시대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5월 4일부터 1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의 ‘낙타상자’

◆낙타상자, “추락하는 한 인생은 지속된다”

스타 연출가 고선웅의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은 이번 서울연극제에 ‘낙타상자’를 선보인다.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던 전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은 중극 희극 시리즈 2탄이다. 중국 근대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라오서가 1937년 발표한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베이징 인력거꾼의 삶을 그린 걸작으로 영문판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인력거꾼 상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당시 하층민들에 대한 잔혹한 수탈과 참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고선웅 연출은 “하층민에게 삶은 언제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우리로 하여금 그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 작품을 돌파구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요즘이지만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가난은 대물림되고 빈부의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태어나지 못하면 강남으로 갈 수 없다. 이러한 시의성이 낙타상자에는 선명하게 담겨 있다”며 “‘추락의 끝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추락하는 한 인생은 지속된다’는 것이 이 연극의 주제”라고 밝혔다.

조씨고아에서도 비극과 희극을 융화하는 연출력을 보여줬던 고선웅은 이번 무대에서도 과감한 연출에 웅장한 음악, 감성적인 안무를 더해 고선웅표 희극 속 비극의 절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극단 청산의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극단 청산의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사법부 비리 내부 고발자인 판사 출신 변호사 신평의 동명 에세이를 각색한 연극이다. 극작가 신성우의 과감한 재창작으로 판사로서 법원 내부 고발 후 적적한 삶을 살아가는 신평호 변호사가 결국 사법체계의 부당한 판결 자체를 법정에 세우는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극의 출발부터 부정한 재판관을 가혹하게 처벌한 ‘캄비세스의 심판’에서 시작한다. 페르시아의 황제 캄비세스가 시삼네스 판사가 뇌물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하자 재발을 막고자 그의 피부 가죽을 벗겨 판사석에 깔도록 명령하고 판사석 새 주인으로 시삼네스의 아들 모타네스를 임명한 사건이다.

신성우 극작가는 “신평 변호사의 사법체계에 대한 고민과 그의 직업만 착안하고 나머지는 새롭게 작품을 만들었다”며 “부당한 판결을 받은 사람이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연극협회장을 지낸 박장렬이 연출을 맡고 맹봉학, 김용선, 정종훈, 김지은, 문창완, 김진영, 최지환 등이 출연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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