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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 차단·'주전자닷컴'…'벌레 잡겠다고 집 다 태웠다'

입력 : 2019-04-23 19:39:51 수정 : 2019-04-23 19: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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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규제 두달째… 네티즌 “행정 편의” 반발 확산 / 정부 불법사이트 막는 新기술 놓고 / “감청 우려 여전한데 일방적 시행” / 靑 국민청원 게시판 반대글 수백건 / 초등생 제작한 게임 올린 사이트도 / “심의 안 받았다” 70만개 삭제 조치 / “예비창작 기회 뺏어” 비판 쏟아져

최근 정부가 실시한 ‘https 사이트 차단’, ‘플래시게임 사이트 규제’ 등의 조치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정책들이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고 보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식 태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https로 시작하는 온라인 불법 사이트 차단을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차단 반대 청원은 500여건에 달한다. 

 

https 차단은 방통위가 기존 방식으로 불법촬영물, 도박 등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에 어려움을 느껴 새로 도입한 기술로 ‘서버 네임 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으로도 불린다. 보안이 강화된 https 사이트는 기존 http와 달리 모든 정보가 암호화되다보니 이용자가 불법 사이트에 접속해도 이를 막기가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컴퓨터 사용자와 웹사이트의 운영 서버가 암호화되기 직전 정보교환이 이뤄지는 SNI 필드에서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새 차단 방식을 두고 ‘개인 자유의 침해’이자 ‘감청, 검열’이라는 논란이 확산됐다. 지난 2월21일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이 26만9180명이 동의한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란 제목의 청원에 답하며 해명에 나섰다. SNI 필드에서 서버의 이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불법 사이트와 일치하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지 정부가 개개인의 사용 내역을 검열하거나 감청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SNI 필드 차단은 과거 불법 사이트를 차단했던 방식과 기술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며 “정부가 직접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는 패킷감청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도박, 불법음란물 사이트, 불법식의약품, 권리침해 등에 해당하는 9625건에 대해서 차단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 관계자는 “그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불법 정보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야한다는 요청사항이 있었고 이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검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 이후에도 두 달 간 200건이 넘는 청원이 추가로 제기되는 등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학생인 도모(25)씨는 “물론 정부의 설명대로 감청, 검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헌법에 위배될 수 있는 사안을 결정하면서 국민들과 소통 하나 없이 일단 처리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향후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불법촬영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이를 충분히 이해시키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야한동영상’(야동) 사이트 전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개인이 야동을 볼 자유까지 막는 것은 ‘벌레 잡겠다고 집을 태우는 식’의 과도한 규제가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말 이뤄진 플래시 게임 사이트 폐쇄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주전자닷컴’, 플래시365’ 등 자작플래시게임을 올리는 5개 사이트에 올라온 약 70만개의 게임이 모두 삭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해당게임들을 등급분류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콘텐츠’로 보고 서비스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사이트가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자발적으로 만든 비영리 게임들이라는 점이다. 정부에서 코딩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을 장려하면서 정작 10년 전 낡은 행정 잣대를 들이대 예비 창작자인 학생과 개인의 창작 욕구를 꺾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게임산업법 개정을 통해 비영리 게임을 대상으로 등급 분류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정부는 인터넷의 자극적 컨텐츠나 저작권 침해하는 사이트들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줄곧 비난을 들어왔기 때문에 이같은 반발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이를 유연하지 않게 일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게 된 것”이라며 “어떤 근거로 어느 수준까지 정부가 규제를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논란은 정부가 차단 결정 과정을 국민의 눈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법에 어떤 조항에 근거해 사이트를 차단하기로 했는지 등을 충실하게 일반인에게 설명했다면 정부가 근거없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뢰가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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