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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라 수어(手語)로 재판 받고 싶었는데…그게 잘못인가요?

[스토리세계] 4월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 / 문자·수어 재판 어려워 자비 들여 수어통역 / 하지도 않은 말 조서에 적히거나 모역적 태도 보이기도 / 인권위 "法, 수어통역 비용 부담 전가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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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0 13:33:35      수정 : 2019-04-20 16:00:48

재판 등 형사·사법절차에서 비장애인보다 못한 대우를 받거나, 인권침해를 당하는 장애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1년째인 올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고속·시외버스 운행(9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 등으로 장애인 권리가 대폭 향상될 거라는 일각 기대와 대비된다. 최혜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접수한 형사·사법절차 장애인 차별 진정은 총 427건으로 집계됐다.

 

◆“수어(手語)로 조사받고 싶었는데…그게 큰 잘못인가요?”

 

중증 청각장애인 A씨는 2년 전 남편과 가사소송을 벌였던 때만 떠올리면 여전히 몸서리를 친다. 남편과의 다툼 때문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겪은 차별요소 탓이다. 

 

A씨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장애인 인권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보청기도 낄 수 없고, 문자·수어로만 의사소통한다”며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점, 장애인연금 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앞두고 수어통역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 조사관과 마주 앉은 A씨는 모니터에 뜬 글씨로 대화하던 중, 잘 모르는 법적 용어를 묻자 ‘한심하다’는 투의 시선이 향하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 그런 대우까지 받으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여곡절 끝에 수어통역사 도움을 받았지만, 하지도 않은 말이 조사보고서에 적혔다고 했다. 그는 법원 결정에 따라 통역사 마련 비용도 스스로 부담했다.

 

A씨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수어 도움을 받고, 재판 진행 상황도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나처럼 곤란해지는 사람이 없도록 장애인 안내·지원 절차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장애인에 수어통역 비용 부담 전가는 ‘차별’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장애인에게 수어통역 비용을 부담시킨 법원 결정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발표하고 대법원장에게 민사소송규칙 개정 등의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청각장애인의 수어통역 지원에 자비부담을 적용한 법원 판단이 명백한 차별이라는 취지의 A씨 진정과 관련, 대법원은 국가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가사소송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를 제외하면 자기 부담 원칙에 따라 수어통역 비용을 당사자가 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약자의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소송구조 제도’ 도움을 받으면 비용 납부를 유예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재판 수어통역 지원은 단순한 편의 제공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재판 평등’의 구현이라고 밝혔다. 비장애인에게 필요치 않은 수어통역 비용의 장애인 부담 전가로 A씨가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사법절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봤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는 “재판에서 수어통역이 제대로 지원되는지 의문스럽다”며 “영상녹화로 점검하는 등 청각장애인의 재판 참여를 돕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사법 당국 관계자들이 장애인에게 성의 없고 모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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