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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작업은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문화재 복원작업에는 CT, 엑스선 기기, 내시경, 3D프린터 등 의료기기를 문화재 보존연구에 맞게 개량해 만든 기자재들이 쓰인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복원인가. 문화재의 가치가 고유성에 있다면 복원을 위한 첨삭행위도 일종의 훼손으로 비칠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문화재 복원 실패 사례는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이 수행한 불국사 석굴암 복원이다. 천장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흩어진 부재들을 모아 조립하는 과정에서 시멘트를 썼다. 외부 경관이 훼손되고 내부에 습기가 차면서 심각한 손상이 왔다. 해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석굴암 내부를 완전히 밀폐한 뒤 에어컨을 계속 가동해 습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잘못된 복원작업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이도 있다. 2012년 스페인의 생추어리 오브 머시 교회 신도인 세실리아 히메네스는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벽화의 페인팅이 벗겨진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100년이 넘은 벽화였다. 아마추어 복원 사업가였던 세실리아는 직접 벽화를 복원하기로 하고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붓질을 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예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원작과는 딴판인 원숭이 그림이 드러났다. 스페인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라고 비난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교회와 세실리아는 돈방석에 앉았다. 마을 식당과 가게에도 손님들이 넘쳐났다. 세실리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잦아든 것은 물론이다. 세실리아가 좋은 의도로 복원한 것을 알고 복을 내려준 것은 아닐까.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하루 만에 재건 성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프랑스 부호들은 물론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시민들이 거금을 쾌척했다. 영국·독일·이탈리아·브라질은 복원 기술과 인력을 제공키로 했다. 관계가 소원한 러시아·이란도 지원의 뜻을 밝혔다.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오지만 국경을 뛰어넘는 인류 대역사가 될 전망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작업이 세계가 화합하고 공동체 정신이 활활 타오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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