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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미공개 유작 원고들 100년 잠 깨고 세상 속으로

입력 : 2019-04-19 06:00:00 수정 : 2019-04-18 2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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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소장자와 10년 법적분쟁 끝 /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소유 확정 / 자필 메모 등 곧 일반 공개될 듯 / 未完의 작품들 결말 있을지 주목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를 상징하는 대문호 프란츠 카프카의 미공개 유작을 놓고 벌어진 10년 소송전(戰) 끝에 카프카의 미공개 작품과 메모 등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을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카프카 사망 후 100년간 잠들어 있던 글들이 깨어나는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이 지난 주 스위스 도시에 있는 금고들을 열어 내용물들을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으로 보내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스라엘 대법원 판결에 힘을 실었다(upheld)”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문학계의 가장 어두운 인물 중 한 명이자 프라하에서 온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인 그의 문화적 유산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독일인 사이에 10년이 소요된 뜨거운 대립이 있었다”며 “이번 스위스의 판결은 이 문제 해결에 새로운 실마리를 던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미 이스라엘 은행 금고와 텔아비브 아파트에 카프카 원고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스라엘 가족으로부터 작품들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린 상태”라며 “이번 스위스 판결은 이제 카프카의 것으로 알려진 거의 모든 작품들의 인수를 완성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개되지 않은 내용물들에는 카프카가 사망한 뒤 출판된 미완성 작품들의 결말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카프카에게서 친구로, 친구의 비서에게로, 비서의 딸에게로, 카프카의 미공개 글들은 약 100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손을 떠돌았다.

 

카프카는 1924년 40세에 결핵으로 사망하기 직전, 친구이자 출판인인 맥스 브로드에게 자신의 글들을 넘겼다. 카프카는 브로드에게 글을 읽지 말고 모두 불태워달라고 했다. 그러나 브로드는 무시했고, 넘겨받은 글 상당수를 출판했다. 바로 『소송』, 『성』, 『아메리카』 등이다.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에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히브리어 어휘 수첩. 가디언 캡쳐

브로드는 1968년 사망하면서 자신의 비서인 에스더 호페에게 나머지 글들을 기관에 이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호페도 유언을 어기고 직접 소장했으며 일부는 팔기도 했다. 호페는 2008년 사망하면서 소장품들을 두 딸에게 상속했다. 두 딸 에바 호페와 루스 비즐러, 어머니 호페는 모두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으며 브로드는 1939년 독일 나치의 체코 침략 때 당시 영국령이었던 이스라엘로 망명한 인물이었다.

 

두 딸은 브로드를 자신의 아버지로, 브로드의 수집품들은 유산으로 생각하고 보관해왔으나 브로드와 호페가 모두 사망한 2008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소송을 걸었다. 비즐러의 변호인은 이번 판결을 합법적인 상속에 대한 압수 결정이라며 “1급 강도” 행위라고 반발했다. 카프카의 글들이 유대인들의 문화 자산이라고 주장하는 도서관 측은 판결을 환영하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전 세계 대중이 카프카의 글을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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