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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마음치유] BTS의 ‘영혼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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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8 23:20:55 수정 : 2019-04-19 1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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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사랑’ 융심리학 담아… 전세계 열광 / 먼 훗날 ‘K팝=세계사 고전’ 통할 수도

방탄소년단(BTS)의 새로운 앨범 재킷에 적힌 ‘영혼의 지도’ (Map of the Soul)는 융 분석가인 머리 스타인이 쓴 책 제목과 같다. 저작권은 괜찮나 싶었는데 저자가 책이 갑자기 많이 팔린다며 한국 융 연구원에 고맙다는 전화를 해 왔다. 소송은커녕 BTS를 만나면 오히려 덩실 춤추듯 안아줄지도 모르겠다.

‘영혼의 지도’란 제목에는 융 분석심리학의 중요 개념인 페르소나란 부제가 붙어 있는 데다가 ‘소우주’라는 노래도 있다. 카를 융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연금술에 자주 등장하는 ‘소우주’라는 개념은 ‘인간이 곧 소우주이기 때문에 마음을 탐구하는 것이 곧 큰우주를 탐구하는 것과 통한다’로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과학주의를 신봉하는 의사들은 융이 지나치게 사변적이며 직관과 추상에 함몰돼 있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예술가나 인문학자 중에는 융 정신분석에 매혹되는 이들이 많다. 종교나 예술을 심리적 증상이라고 폄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녔기에 동양의 정신, 고고학, 역사, 철학, 신화 등과 관련된 깊이 있는 저작도 계속 출판되는 것 같다.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BTS가 융 심리학적 정신이 담긴 노랫말을 쓰고, 또 그런 상징에 전 세계의 젊은이가 열광한다는 사실이 융 분석가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물론 자신을 사랑하라는 가사를 이기적으로 살라는 식으로 융의 정신을 혹시라도 잘못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식의 노파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지가 왜곡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곧 이웃을 사랑하는 태도로 발전할 수 있다’ 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 것 같다. 과학자들에게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석심리학적 내용도 K팝에 스며들 수 있었으니, 더 다양한 인문학적 내용이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 더해지고 보태졌으면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꽤 오랫동안 한국문화는 양반·상인의 이분법과 비슷하게 지식인 문화와 대중문화가 철저하게 나뉘어 오히려 풍성함을 누리지 못해 아쉬웠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의 아까운 자원이 그대로 소멸되는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지식인의 좋은 업적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역사가 퇴행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고전이라고 배우는 셰익스피어, 발자크, 모파상, 바그너, 니체 같은 이들도 당대에는 대중이 열광하는 인기 작가였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파가니니, 바이런 같은 음악가도 일종의 팬덤(팬 집단)을 몰고 다니는 인기인이었다.

어쩌면 K팝이나 한류 드라마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세계사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 속물적인 이야기지만 셰익스피어, 모차르트, 비틀스 같은 인물이 그 나라에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되면 좋겠다. 대중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를 소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공무원을 포함해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도 이참에 한국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어떻게 떨칠까 함께 고민도 해보고 다양한 창의성을 발휘해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자기비하, 냉소, 세상에 대한 불만만 가득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남 탓, 남 비난만 하는 이도 물론 많지만, 조용히 땀 흘리며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이들이 많기에 자원 하나 변변하지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만큼 성취하게 된 것도 같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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