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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상징’ 화마가 삼키다

입력 : 2019-04-16 18:05:36 수정 : 2019-04-16 23: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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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보수공사 중 지붕 등 불붙어/ 850여년 인류 문화유산 소실/ 관람시간 끝나 더 큰 화 피해/ 대성당 재건 모금·기부 답지

850여 년간 프랑스 파리를 상징해 온 인류 문화유산 노트르담 대성당을 화마가 집어삼켰다. 프랑스 소방관들이 불길과 사투를 벌인 끝에 기본 석조 구조와 두 개의 종탑, 다수의 내부 예술품 등을 지켜냈지만 첨탑과 지붕은 화염 속에 쓰러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끔찍한 비극”이라면서도 “최악은 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재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간 르몽드 등 현지 언론과 프랑스 소방당국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6시 20분 1차 화재경보가 울렸으나 불이 발견되지 않았고 23분 뒤 2차 경보가 울렸을 때 화염이 발견돼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첨탑 쪽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성당 지붕으로 번졌다. ‘노트르담의 화살’로 불리는 첨탑은 당시 약 100m 높이의 대형 비계(임시 가설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첨탑에서 납이 녹아내리고 균열이 발생해 당국은 매년 200만유로(약 25억원)를 들여 보수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무너지는 첨탑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15일(현지시간) 시뻘건 불길과 뿌연 연기에 휩싸인 채 무너져 내리고 있다. 파리 시민들은 강 건너에서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켜보며 눈물의 밤을 보냈다. 파리=AFP연합뉴스

미국 존제이컬리지의 글렌 코벳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많은 교회와 예배당이 건설 화재의 피해를 본 역사가 있다”며 “용접기 등에서 발생한 불꽃이 가까이에 있는 가연성 소재로 옮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한 파리 검찰은 현재로서 테러 동기를 비롯한 방화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며 실화(失火)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불길은 ‘숲’(the forest)이라는 별칭이 붙은 건물 내부 목재 구조물 때문에 거세게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나무 뼈대는 대부분 12, 13세기 벌목한 참나무로 구성됐다. 16일 오전 3시30분쯤 소방당국은 주불을 진압했다고 밝혔으며 오전 10시 완진을 발표했다. 화재신고접수 15시간 17분 후였다.

망연자실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15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 보도에서 대성당이 불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이번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징인 첨탑이 무너졌고 지붕 3분의 2가 소실됐다. 불길에 닿지 않은 유물과 미술작품들은 진화 중 파리 시청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연기로 악영향을 받은 뒤였다.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과 경찰관 각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연간 1300만명가량이 다녀가는 관광명소이지만 다행히 관람 종료 시간과 맞물려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성당이 위치한 시테 섬 너머 센 강변에서는 수천명의 파리 시민과 관광객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재를 지켜봤다. 교황청은 “끔찍한 화재 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며 “프랑스 가톨릭교회와 파리 시민들에게 우리의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화재 발생 당일 오후 8시로 예정된 대국민담화를 취소하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진화 작전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용기 덕분에 건물 정면부와 두 개의 탑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치하했다.

무너지는 첨탑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15일(현지시간) 시뻘건 불길과 뿌연 연기에 휩싸인 채 무너져 내리고 있다. 파리 시민들은 강 건너에서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켜보며 눈물의 밤을 보냈다. 파리=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의 국민적 모금운동 제안에 구찌,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즉각 화답했다. 그는 대성당 재건을 위해 1억유로(약 1284억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전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그 가족들은 2억유로 기부를 약속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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