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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새 연호 출전 만엽집 군국주의 때도 악용돼”

입력 : 2019-04-16 20:45:53 수정 : 2019-04-16 22: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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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다 교수 “충군애국에 활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1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신연호 레이와(令和)가 일본의 시가집인 만엽집(萬葉集)에서 나왔음을 적극 부각하는 가운데 일본 학자가 만엽집이 쇼와(昭和)시대 군국주의에 활용됐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만엽집 전문가인 도쿄대 시나다 요시카즈(品田悅一·60·사진) 교수(일본고문학 전공)가 만엽집이 근대 이래 일본의 애국주의에 이용된 문제를 지적하면서 연호에 최초로 국서(國書)가 사용됐다는 환영 무드에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나다 교수는 만엽집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이용되는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메이지(明治) 유신 이래 근대국가를 만드는 과정에 구미열강이나 중화문명에 대한 열등감으로 일본 지식인들이 국가와 일체화돼 국민시(詩)를 찾았고, 서민에게는 무명에 가까웠던 만엽집이 일본 고전의 왕좌(王座)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일 신연호 발표 시 만엽집에 대해 “일왕, 왕족, 귀족뿐 아니라 병사, 농민까지 많은 사람이 부른 노래가 담겨 있다”고 말했지만 시나다 교수의 설명은 달랐다.

 

시나다 교수는 “(작가 등이) 귀족 등 일부 상류층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 현재의 연구(결과)로서 통설(通說)”이라며 “이런 (서민성 강조)인식 자체가 메이지 국가의 요청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고 했다. 시나다 교수는 특히 “만엽집의 시가 4500여수 중 수십수에 불과한 용맹스러운 노래가 쇼와 전쟁기에 확대해석된 것을 상기해야 한다. (만엽집 시가에) 곡을 붙인 군국주의 가요가 대선전됐다”며 “충군애국(忠君愛國)과 만엽집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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