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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박삼구의 읍참마속?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4-17 05:00:00 수정 : 2019-04-16 15: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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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우여곡절 끝에 매각…박삼구 전 회장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 / 현 재무 위기 넘기지 못하면 그룹 전체 유동성 대혼란 빠질 수도 / 재벌 총수여도 '경영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 정부, 채권단 전처럼 '묻지마' 식의 지원 No…기업 경쟁력 키우지 못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어 /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일괄 매각이 바람직…박 전 회장 부당한 영향력 행사 불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합니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가 떨어져 나가면 한때 재계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는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추락하는데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서라도 현재 재무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부족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사태는 제아무리 재벌가 총수라고 해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거에는 대기업이 경영실패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정부와 채권단은 정책적 고려를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변했으며, 국민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대주주가 경영실패에 상응하는 책임을 확실하게 지지 않는데도 정부나 채권단이 혈세나 자산을 지원할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벌가 총수든 평범한 기업인이든 주주와 고객 가치를 우선하고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언제라도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삼구(사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서면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박 전 회장은 16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전날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와 금호산업 이사회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요.

 

그는 "이번 결정으로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 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이 결정이 지금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타개해 나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의 동의와 혜량을 구한다"고 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1988년 2월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과정을 소개하면서 "31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함께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처음 새 비행기를 도입하던 과정과 크고 작은 사고, 'IMF 외환위기 사태', 9·11테러, 사스(SARS), 메르스(MERS),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위기 상황에서 임직원의 노력이 있어 아시아나의 발전이 있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한다"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2004년 그룹 명칭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할 만큼 아시아나는 늘 그룹의 자랑이었고 주력이었고 그룹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는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여러분이 그렇듯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고 썼습니다.

 

이어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보낸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아시아나의 한 사람이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글을 맺었습니다.

 

◆박삼구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 끝까지 함께 하진 못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 1만여 임직원들은 회사 매각 결정에도 큰 동요없이 차분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원들은 '누가 새 주인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긴 하지만, 평소처럼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사의 재무구조 문제가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고, 다들 본연에 업무가 있다보니 매각 결정에도 평소 분위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매각 결정이 난 지난 15일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본연의 업무에 더욱더 정진해 달라"며 내부를 추스르기도 했는데요.

 

한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사의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의 이사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최종 결의했다"며 "당사의 영업실적과 차입금 규모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금융 조달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선제적이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룹의 이번 결정은 아시아나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우리 1만여 임직원 여러분들을 보호하고, 그동안 당사를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 여러분들과 금융기관, 기타 회사의 이해관계자분들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향후 당사의 경영환경이 한층 더 안정될 것인 바, 회사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더 많은 고객께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로 만족을 드릴 수 있도록 본연의 업무에 더욱더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향후 매각 조건에 '100% 고용승계'가 보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16일 기자들에게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일괄 매각이 바람직하다. 매각 기간은 이달 말 MOU를 체결한 후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매각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분리매각도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나 자회사들이 시너지를 위해서 만든 조직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걸 존중하고 간다"며 "시장에 신뢰를 더 주기 위해 시간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25일 전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전혀 있을 수 없다"며 "박 전 회장의 결단이 이행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막작전' 펼치고 있는 인수 후보 기업들…무리한 인수합병은 금물, '승자의 저주' 빠진 업체 반면교사로 삼아야

 

매출 10조원에 달하는 재계 순위 25위 그룹의 전격적인 주력 계열사 매각 소식에도 업계와 시장, 그리고 직원들은 반응은 의외로 차분합니다.

 

이미 크고 작은 이슈가 불거지며 이미 예고됐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요.

 

현재 아시아나항공 경영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6조2012억원에 달했는데, 그룹 매출의 65%에 육박하는 실적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 계기가 마련된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외형 확장에 치중하다 그룹이 자금난에 빠진 만큼 ‘오너리스크’에서 탈피하게 된 것은 일종의 '호재'라는 것인데요.

 

새로운 주인이 정해지고, 재무 구조조정을 거치면 다시금 우량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로 연결된 지배구조 안전망에 의존해 관행적인 경영을 일삼아왔던 일부 재벌들은 긴장해야 한다"며 "오너 집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맡아 경영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할 공산이 커 전체 매각가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 후보로는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애경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은 검토한 적이 없다는 일종의 '연막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그룹 본사 사옥 전경. 남정탁 기자

 

한 전문가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진 대기업이 적지 않다"며 "문어발식 확장은 지양하고, 기업 미래 성장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너가 마치 책임을 다하는 척 '시늉'만 해선 이제 더이상 채권단, 정부, 그리고 여론이 협조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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