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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학자 “신연호 출전 만엽집, 군국주의 활용 역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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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7 07:00:00 수정 : 2019-04-17 09: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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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다 요시카즈 도쿄대 교수 "만엽집, 근대 이래 日 애국주의에 이용"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시나다 요시카즈 교수. 아사히신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일본 정부가 일본의 신연호 레이와(令和)가 일본의 시가집인 만엽집(萬葉集)에 나왔음을 적극 부각하는 가운데 일본 학자가 만엽집이 쇼와(昭和)시대 군국주의에 활용됐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만엽집 전문가인 도쿄대 시나다 요시카즈(品田悅一·60) 교수(일본고문학 전공)가 만엽집이 근대 이래 일본의 애국주의에 이용된 문제를 지적하면서 연호에 최초로 국서(國書)가 사용됐다는 환영 무드에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나다 교수는 만엽집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이용되는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메이지(明治) 유신 이래 근대국가를 만드는 과정에 구미 열강이나 중화문명에 대한 열등감으로 일본 지식인들이 국가와 일체화돼 국민시(詩)를 찾았고, 서민에게는 무명에 가까웠던 만엽집이 일본 고전의 왕좌(王座)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레이와라는 일본의 새로운 연호의 의미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신연호 발표 후 만엽집에 대해 “일왕, 왕족, 귀족뿐만 아니라 병사, 농민까지 많은 사람이 부른 노래가 담겨있어 우리나라의 풍요로운 국민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라고 말했다. 시나다 교수는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작가 등이) 귀족 등 일부 상류층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 현재의 연구로서 통설(通說)이다. 당시 당사자(서민)는 만엽집의 존재 자체를 알리도 없었다”며 “이런 (서민성 강조)인식 자체가 메이지 국가의 요청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다 교수는 특히 “만엽집의 시가 4500여수 중 수십수에 불과한 용맹스러운 노래가 쇼와 시대 전쟁기에 확대 해석된 것을 상기해야 한다. (당시 만엽집 시가에) 곡을 부친 군국주의 가요가 대선전됐다”며 “충군애국(忠君愛國)과 만엽집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인 시나다 교수는 1989년 일본고전문학회상을 수상했으며, ‘만엽집의 발명’(2002년) 등 만엽집 관련 다수의 저작과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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