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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형편 되는 대로 만나자”… ‘톱다운’으로 대화 복원 시도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확고한 의지 / 서로의 뜻 확인돼… 회담 추진 여건” / 특사단 구성 北과 물밑 조율 나설 듯 / 金 ‘오지랖 넓은 중재자’ 강력 비판엔 / 특별한 언급 없이 “北 대화 의지” 평가 / “상황 낙관적으로만 보는 듯”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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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5 19:01:02      수정 : 2019-04-15 21:10:32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북측에 공개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톱다운’ 방식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면돌파를 다짐한 셈이다. 그러나 4·11 한·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 비핵화 방식 등을 놓고 북·미 간 뚜렷한 시각차가 확인돼 해법이 여의치 않은데도 문 대통령이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지난해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모두발언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다.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이제원 기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김유근 1차장(가운데), 김현종 2차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또 “나와 김 위원장은 불과 1년 전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출발을 알렸다”며 “오랜 적대와 대립의 한반도 질서를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로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함께 이루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완성하고, 번영과 통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온 겨레의 염원이라는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그 길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상 간 담판 형식인 톱다운 방식으로 평화 국면을 이끌어왔듯이 계속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아울러 4차 남북회담을 계기로 향후 추진될 한·미 회담을 통해 3차 북·미 회담이 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역할에 맞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주도해왔다”며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양절’ 평양 만수대 찾은 北 주민들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15일 평양 만수대를 찾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을 참배한 뒤 돌아가고 있다. 평양=AFP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 끼여 입지가 좁은 데도 긍정적 측면만 보면서 장밋빛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굿 이너프 딜’을 제안했으나 ‘빅딜론’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는 말까지 들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기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되살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동맹 간 긴밀한 전략대화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시정연설과 관련해 “북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7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북특사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조만간 특사단을 구성해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측과 물밑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있었으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 주말 특사 등을 포함해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추진 일자도 유동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협의를 고려하면 늦어도 5월까지는 추진되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로 표현하며 강력히 비판한 것이 향후 남북정상회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미국의 편이 아닌 자신들의 편에 서 달라는 불만성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체 문맥으로 보면 핵 문제에서 (문 대통령이) 빠지라는 게 아니고, 남북관계에서 좀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나와 달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달중·권이선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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