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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국민 눈높이와의 전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자격 논란 / 국민 55%는 부적격 판정 내려 / 반복되는 인사실패는 오만 탓 / 민심 거스르면 정권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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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5 23:29:00      수정 : 2019-04-15 23:29:03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판사가 전 재산의 83%에 해당하는 35억원을 주식에 투자한 게 의아했지만 “나는 주식을 잘 모른다. 남편이 다했다”는 후보자의 말에 더 놀랐다. 고위 법률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25억원대 상가 투자를 “아내가 나와 상의 없이 일을 저질렀다”고 해명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직접 ‘아내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는 “왜 비난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야당 의원과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당사자가 아닌 3자가 나서는 것은 관례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그는 “돌이켜보면 강남에 35억짜리 아파트 하나 갖고 있었으면 이렇게 욕먹지 않았다”고 말해 국민들 속을 뒤집어놨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는 남편 뒤에 숨어 있다.

채희창 논설위원

헌법재판관이 되겠다는 이 후보자의 생각은 확고해 보인다. 논란이 된 본인의 6억원대 주식을 서둘러 팔았다. 헌법재판관이 되면 남편도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했다. 여론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심산일 게다. 이런다고 국민 눈높이가 달라질까. 어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 54.6%는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부적격하다’고 응답했다. ‘적격이다’란 답변은 28.8%에 그쳤다. ‘여론재판’은 이미 끝난 셈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이 후보자 측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 투자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판사 신분으로 8000회가 넘는 주식거래를 하고, 사고파는 시점이 의심스럽다면 문제가 된다. 오 변호사가 주식을 사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주식을 팔면 주가가 떨어지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후보자가 OCI 그룹사인 삼광글라스 주식 900여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다른 OCI 관련사인 이테크건설 사건 재판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내부정보를 입수해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공개된 헌법재판관의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없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판검사는 국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주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과도한 주식 보유로 불법 의혹에 휩싸인 것은 국민정서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보편적인 국민 눈높이가 아닐까.

 

헌법재판관은 국가 운영의 주요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법률의 위헌 여부는 물론 대통령 탄핵까지 결정할 수 있다. 막강한 지위를 갖는 만큼 다른 어떤 공무원보다 도덕성, 공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자리에 앉는 사람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누가 헌재의 결정을 믿고 따르겠나.

 

청와대는 이 후보자가 보유 주식을 매각했으니 문제없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오 변호사의 SNS 해명 글을 지인들에게 퍼나르고 있다고 한다. 본인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설명은 없이 오 변호사 등을 떠밀어 해결하려는 건가. 그런다고 국민 눈높이가 달라질지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어제 이 후보자 부부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위원회도 한국거래소에 일종의 내사인 심리착수를 요청한 상태다. 불법·위법 여부는 수사로 판가름난다. 그런 만큼 임명을 서두르는 건 부적절하고, 위험한 일이다. 만약 불법이 드러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도덕적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인사를 고위공직자 후보로 지명하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2017년 8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정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돼 자진 사퇴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을 다시 후보로 냈다. 무능하거나, 알고도 강행했다면 오만한 것이다.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정권의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대통령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국민은 공정성·도덕성이 의심스러운 헌법재판관에게 재판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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