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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본점이 올리고 욕은 점주가 먹고… '치킨값 2만원 시대'

입력 : 2019-04-15 07:00:00 수정 : 2019-04-15 09: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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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도 남는 게 없어 나이 60넘는데도 직접 배달을”... ‘치킨 2만원 시대’ 승자는?
김씨는 밤낮 없이 일한다고 했다

“담탱이(담임 선생님)가 그러더라. ‘치킨은 서민이다’. 가격이 안 올랐으면 좋겠어. (치킨 시켜주는) 아빠한테 안 미안하게.”

 

16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 속 대사처럼 치킨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네 식탁 위에서 서민의 삶을 달래왔다. 그만큼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었고 도처에 치킨집도 널려있었다. 2017년 말 기준 국내 치킨 전문점 숫자(3만8099개, 국가통계포털)가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숫자(3만7241개, 위키피디아 자료)보다 많으니 명실공히 ‘국민 간식’이라 할 만했다.

 

그랬던 치킨이 달라졌다. 최근 몇 년간 가격 인상과 배달비 추가 등으로 ‘2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소비자들은 치킨이 너무 비싸 시킬 엄두가 안 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데 정작 치킨집 점주들은 ‘비싼 값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울상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소비자 “생닭 원가에 비해 치킨값 너무 비싸”

 

지난해 11월 대형 프랜차이즈 ‘BBQ가 치킨 가격을 기습적으로 1000∼2000원 올린 것을 시작으로 ‘60계치킨’, ‘땅땅치킨’, ‘노랑치킨’ 등도 줄줄이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교촌치킨’이 2000원씩 받기 시작한 배달비가 체감 가격 상승에 크게 한몫했다는 평가다. ‘BBQ’, ‘bhc’ 등 대부분의 치킨 브랜드가 교촌치킨을 따라 배달비를 적용하며 ‘치킨 2만원 시대’를 앞당겼다.

 

업체 측은 물가-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생닭 원가에 비해 치킨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최근 5살 아들의 성화에 치킨을 시키다 깜짝 놀랐다는 주부 윤모(34)씨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치킨 한 마리를 시키려 했더니 배달팁 2000원까지 붙어 2만원이더라”며 “그럼 ‘포장하러 가면 할인해주냐’니까 ‘똑같다’고 했다. 추가 서비스도 없었다. 뉴스를 보니 생닭 1마리 원가가 1000~2000원대던데 너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아이가 치킨을 먹고 싶어 해도 쉽사리 못 사줄 것 같다”고 전했다.

 

치킨(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점주 “1마리 팔아봐야 고작 2000~3000원, 재료 납품가 낮춰줬으면”

 

“배달 대행까지 쓰면 남는 게 없어. 그래서 우리 아저씨가 지금 64살이지만 이렇게 배달하잖아.”

 

서울에서 10년째 한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치킨 전문점을 운영 중인 50대 사장 김모씨가 11일 치킨 배달을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손님들이 자꾸 치킨값이 비싸다고 해서 이 근방에서 우리만 배달비를 안 받는다. 1마리 팔아봐야 겨우 몇천원 남는데 배달 대행까지 써버리면 마이너스(적자)”라고 토로했다.

 

가맹 브랜드와 매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김씨는 보통 치킨 1마리를 팔았을 때 평균적으로 3000원 정도 이윤이 생긴다고 했다. 1마리 기준 생닭의 매장 납품가는 4500~6000원, 튀김용 파우더 1000원, 소스-콜라-무-인쇄물 등 부가용품 1500원, 기름 1000원에 월세, 공과금 등을 더하면 원가가 1만4000원 정도 된다는 것.

 

여기에 손님이 배달 앱으로 주문하면 수수료가 붙고, 배달 대행 서비스를 쓰면 기본 1km당 3000원이 더 든다고 했다. 주문이 많이 몰리지 않는 이상 부부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는 이유다.

 

가맹 본사의 납품 원가 ‘뻥튀기’ 의혹에 관해 묻자 “그런 건 애초에 포기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와 점주들은 납품가를 둘러싸고 해묵은 갈등을 지속해오고 있다. 지난달 한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협의회는 본사가 튀김용 기름을 납품가의 2.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공급해 폭리를 취했으며 광고비를 횡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사놓았다는 기름통들

김씨는 “점주들 모아놓은 간담회에서 몇 번을 (본사에) 얘기했다. 매장 공급가 원가 좀 공개하고 (가격을) 낮춰달라고. 그래도 전혀 안 들어준다”며 “처음 (가맹) 계약할 땐 이럴 줄 전혀 몰랐다. 다 빛 좋은 얘기만 한다. 최근에도 (매장) 납품가가 계속 올랐다. 닭값에 광고비에... 얼마 전엔 기름값도 한 통에 7만 얼마로 또 오른대서 미리 많이 사놓았다. 점주들은 할 수 있는 게 그저 오르기 전에 사놓는 것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날 매장 한구석엔 김씨가 주문해놓은 기름통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김씨는 “결국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아침 11시 반부터 나와 밤 12시 반까지 우리 둘이 일한다”며 “아들도 그 나이에 너무 고생한다고 그만두라더라. 하지만 이거라도 해야 먹고살지 어쩔 수 있냐”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둘이 1년에 명절 5일가량을 제외하고 쉬는 날 없이 일해야 손에 떨어지는 돈이 한 달에 200만원 조금 넘는다고 했다.

 

김씨는 “사실 이제 많이 포기해서 (본사에) 바라는 게 별로 없다”면서도 “점주들 힘든 걸 좀 알아줘서 원가를 공개하고 납품가 좀 낮춰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공정위 “가맹 본사 납품 마진 공개하라” vs 본사 “영업 비밀”

 

2016년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이 치킨집(38%)이었다. 2013년 조사에서는 10년간 매해 7361개의 치킨집이 오픈하고, 5013개가 폐업했다고 했다.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업체 3곳인 ‘교촌치킨’, ‘BBQ’, ‘bhc’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의 지난해 매출은 3188억원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bhc’ 매출은 전년보다 2.8% 오른 2391억원, ‘BBQ’는 7.1% 상승한 2353억원으로 추정된다.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소스, 기름, 무 등의 재료 매출과 가맹 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차익, 광고비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본사 90% 이상은 가맹점주에게 물품 공급 시 얻는 마진, 즉 차액가맹금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대행비를 아끼기 위해 64세에도 치킨 배달을 간다는 가맹점주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을 공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6만5000원짜리 기름 1통(15kg)의 원가가 3만원이라면, 원가와 납품가의 차액이 3만5000원이라는 것을 밝히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사실상의 원가 공개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프랜차이즈 브랜드 800여개가 가입한 프랜차이즈협회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과 그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차액가맹금은 영업비밀인 원가-마진이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차액가맹금은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헌법재판소에 낸 가처분 신청은 조만간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이달 말 전에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협회가 승소하면 위헌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차액가맹금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패소하면 이달 말까지 이를 공개해야 한다.

 

사진·글=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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